오피니언 사설

재정의 건전성과 국가채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나라 살림의 청사진인 중기재정운용계획 초안을 마련,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단일회계연도 중심의 예산운용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예산집행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성장잠재력 확충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민의 기본생활보장, 자주국방 관련 투자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은 현재의 여건을 감안할 때 당연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되는 측면이 적지않다. 우선 연간 경제성장률을 6~7%로 잡은 것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을 감안할 때 너무 낙관적으로 보인다. 최악의 내수경기, 악화되는 수출전망 및 신용불량 등으로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작금의 상황을 정부는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중기재정운용계획도 장기불황을 피하기 위한 성장력 확충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마땅하나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보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지원과 인재육성에 좀더 과감한 투자가 아쉽다. 이렇게 노력해도 고령화ㆍ저출산 및 최근 수년간의 설비투자감소 등으로 성장잠재력의 확충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가 감소해서 그렇지않아도 늘어나고 있는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 뻔하다. 기획예산처가 중기재정운용계획과 함께 올해 국가채무가 190조원이 넘어 외환위기 당시의 3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을 제시한 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 물론 국가경쟁력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투자의 과실을 넘겨받을 미래의 세대도 비용을 같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국가채무의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지나치게 높은 국가채무증가율은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보지않을 수 없다. 선진국들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많이 낮다고 하지만 결코 방심할 일이 아니다. 선진국들에 비해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외환위기 때 재정의 건전성이 한몫을 한 것처럼 재정의 안전장치 기능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체 국가채무의 3분의 2가 금융성 채무로 채권이 확보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사회보장지출ㆍ국방비ㆍ통일비용 등의 재정수요에 대비, 재무건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에 대한 재검토는 물론이다. 수도 이전, 미래형 혁신도시 등의 국책사업으로 재정운용이 포퓰리즘에 빠질 경우 경제에 미칠 타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도 아쉬운 판에 정부가 성장잠재력을 무시하고 돈 쓸 곳만 찾아 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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