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6일] 정부지원 절실한 온라인 게임산업

지난 21일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한빛소프트 인수 기자간담회장. 김영만 한빛 회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기자는 그의 눈빛과 몸짓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착잡한 표정의 김 회장은 연신 물잔을 기울였고 볼펜을 만지작거렸다. 이따금 웃음을 머금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였다. 그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는 한빛을 자그마치 10년간 이끌어온 주인공이자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흥을 주도해온 게임업계의 상징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스타크래프트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금의 e스포츠를 자리잡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애지중지하던 회사를 매각했으니 그 심정을 말로 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한빛을 글로벌 게임업체로 도약시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그동안의 고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빛의 매각은 패키지게임 유통사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사로 변신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개발사에 대한 투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심의 작품으로 준비한 ‘헬게이트 런던’마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모습들이 비단 한빛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경영권이 넘어갔거나 위태로운 업체도 부지기수다. 스토리의 부재, 열악한 제작환경 등 게임업체 내부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이미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힘만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없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중국ㆍ싱가포르 등은 이미 자국 게임산업을 키우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같은 목표를 놓고 중국은 철저히 타국 게임업체를 견제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외국 게임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 지원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찾아 지원을 약속했지만 약속의 실체가 없다. 유 장관의 말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업계의 가려운 부분과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국내 게임을 인큐베이팅하는 데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하는 김 회장의 뼈 있는 메시지는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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