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은 5일 "기업이 멀쩡하면 왜 구조조정을 하겠느냐"며 재계 일각에서 나오는 '무리한 구조조정론'에 일침을 가하고,
부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진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책ㆍ민간 경제연구소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경기지표 호전 등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며 "더 긴장하면서 누적된 문제를 해소해나가기 위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살려고 하는 기업을 왜 죽이냐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한 연구원장의 의견에 "멀쩡한 대기업을 구조조정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멀쩡하면 왜 구조조정을 하겠느냐"며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진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느슨해지면 우리 경제가 더 강한 경제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문제도 잘 다뤄야 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하거나 강화할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제지표들의 회복조짐으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다소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단기간 내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기 쉽지 않은 만큼 구조조정 및 노동개혁에 안이한 자세로 대응하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회복기반을 다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소장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다만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은 만큼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고민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초기 위기대응 과정에서 취해진 정부 정책들 중에 과도한 부분이 없는지 재검토해서 일부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미세조정이나 방향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적절한 시기에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