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당분간 수신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시중금리 변동에 맞춰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했지만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유치를 위해 수신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CD금리 등 기준금리 동향을 살펴본 후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대출금리의 경우 고정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나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곧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수신금리를 상향 조정했지만 이번에는 유동성 상황을 고려해 수신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유동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즉시 인하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현재의 수신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예금금리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안정적인 장기 자금확보가 중요한 만큼 예금금리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금리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상황을 살펴본 후 금리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 계획이 없다"며 "정기예금의 경우 1년제 은행채 금리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은행채 금리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때 즉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 계획을 발표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재의 수신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며 "금리를 내렸다가 그나마 유입되던 시중자금이 다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