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부처 개편 방향으로 ‘일본 대장성 개혁 모델’을 제시한 게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자국의 대장성 모델이 예산 등을 분리하지 않아 ‘무늬만 개혁’이라며 한국의 경제 부처 시스템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일본 대장성 모델에 맞춰 기계적으로 통합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가계부채 등 금융위기 가능성이 잠재된 상황에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통합 명분에 치중할 경우 컨트롤 부처 개편 과정에서 자칫 우를 범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충고했다. ◇재경부ㆍ기획처, 분리와 반복=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재정부와 기획처는 지난 1948년 정부조직 출범 이래 분리와 흡수ㆍ통합을 거듭해왔다. 그때마다 권력분산, 조직효율성 제고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재경부의 첫 출발은 1948년 재무부에서 시작된다. 반면 기획처는 부처가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부처로 첫 출발했고 담당업무도 예산이 위주였다. 첫 흡수ㆍ통합은 1954년 2월에 이뤄진다. 흡수ㆍ통합된 재무부는 1961년 7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 다시 분리된다. 그 당시 명분은 정책수립과 예산기능 강화였다. 이렇다 보니 경제기획원은 건설부 등 일부 기능도 가져갔고 예산 외에 경제정책 수립도 담당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1994년에는 다시 양 부처가 통합되면서 재정경제원이 탄생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와 조직효율성 차원에서 재경원이라는 거대 부처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5년 뒤 재경원은 재경부와 기획처로 분리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분리를 주도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등의 사례를 통해 재정ㆍ금융ㆍ예산ㆍ세제 등 국가의 중심기능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이 미흡하다고 판단, 양 기관을 분리했다. ◇대장성 모델 한계와 조직개편의 위기=경제 컨트롤타워 부처인 재경부와 기획처는 통합ㆍ분리 반복 때마다 적잖은 후유증을 겪었다. 실제 외환위기 원인 중 하나로 1994년 경제 수석 부처인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통합이 거론된다. 당시 두 기관이 재정경제원으로 기계적으로 통합되면서 외환위기 초동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 가령 통합 과정에서 국ㆍ과장 자리 62개를 일률적으로 배분, 외환시장을 담당하는 국제금융과 증권이 합쳐지면서 ‘국제금융ㆍ증권심의관실’이라는 기형조직이 탄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질적 업무를 한곳에 모아놓다 보니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조차 보고되지 않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합ㆍ분리 때마다 거대해진 조직을 이합집산시키다 보니 기계적 통합이 일정 부분 담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개편으로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이 합쳐질 경우 재정ㆍ금융ㆍ예산ㆍ세제 등 국가의 중심기능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명박 정부가 개혁 표본으로 삼는 대장성 모델이 한국에 와전됐다고 보고 있다. 대장성 개혁 모델은 현재 대장성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다른 부처 또는 내각부(한국의 대통령비서실)로 이관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일본의 대장성 개혁을 검토했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개혁을 그대로 뒤따랐다”며 “아울러 (대장성의 경우) 예산 등을 분리하지 않은 채 생색 내기에 그쳐 현재의 한국 시스템보다 미흡한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1998년 당시 우리의 재경부ㆍ기획처 개편이 자국보다 한 단계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어 “(대장성 모델은) 우리보다 미흡한 개혁이다. 다시 대장성 개혁 모델이 떠오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당선인에게 누가 그릇된 정보를 입력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