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기획실 해체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이 속속 원소속 계열사로 돌아가고 있지만 해체 후 거대한 삼성 조직이 어떻게 변모할지는 확실한 그림이 나오고 있지 않다. 그룹 측은 오는 25일 마지막 수요 사장단 회의를 열어 선장과 컨트롤타워가 없는 삼성호(號)의 항로를 확정할 방침이다. 보름 이후 계열사별 ‘홀로 경영’에 들어갈 삼성의 항로에 대한 궁금증들을 모아봤다. ◇이건희 회장의 신분은=이 회장은 경영 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표이사직을 공식 사임, 일반 직원으로 돌아갔다. ‘회장 직함’은 전략기획실이 해체될 때까지 붙는 일종의 ‘예우상 직책’이다. 관심은 해체 이후 이 회장이 어떤 신분을 유지할지에 모아진다. 해체 이후에도 직원 신분을 유지할지, 아니면 이마저 반납하고 대주주로만 남을지가 관건이다. 그룹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확실한 퇴진’을 보여주기 위해 대주주 자격만 유지한 ‘자연인 이건희’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직원들의 일체감 형성을 위한 상징적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원 이건희’로라도 남아야 한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 ◇전략기획실 사장단의 거취와 역할은=그룹 측은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의 거취와 관련해 원소속사로 돌아간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은 상황. 하지만 소속사에 어떤 직함을 갖고 돌아갈지, 이후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관심을 모으는 전략기획실 내 6명의 팀장급 거취와 관련, 삼성은 이들도 예외 없이 원소속사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우선 양대 축인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차장(사장)의 거취는 25일 사장단 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두 사람은 원소속사에서 어떤 직함을 받더라도 ‘백의종군’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른 팀장급 임원들은 당분간 원소속사에서 상담역 등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초 인사에서 일부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의 브랜드 관리는=인사와 함께 핵심 관심사 중 하나가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다. 삼성은 그동안 전략기획실이 국내외 시장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통합 관리해왔다. 하지만 이젠 계열사별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감당하기 벅차다. 결국 현실적인 방법은 사장단 협의회 산하에 업무 지원실과 함께 브랜드를 관리할 소규모의 조직을 만드는 방안. 삼성은 조직을 상시적으로 운영할 경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비상설 기구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 ‘홀로 경영’ 방식은=삼성을 꾸려온 수요 사장단 회의는 7월1일부터는 사장단협의회로 전환된다. 협의회는 ‘이건희 없는 삼성’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재계 전반에 일종의 실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협의회는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의사 결정의 범위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협의회가 그룹을 총괄 조정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소그룹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SDIㆍ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 주도 아래 업무 영역을 조정하고 삼성생명과 화재ㆍ증권 등의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이 책임지는 형식이다. 하지만 계열사 간 이해충돌 등의 상황이 발생할 때 이를 어떻게 거중 조정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