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탐대실하는 雪害 대책

곽경호 기자 <사회부>

“삽 한자루 없는 설해대책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지난주 말 울산ㆍ부산을 포함한 동해남부 지방에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렸다.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는 동네 꼬마들의 즐거움도 잠시, 함박눈의 기쁨은 곧 원성으로 바뀌고 말았다. 정확한 예보와 준비된 재해대책이 동반될 때 자연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남부 지방 설해는 이 같은 상식을 망각한 ‘소탐대실’의 재해대책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상청은 이날 울산ㆍ부산ㆍ경남 지역의 적설량을 1㎝ 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 예보는 울산 지역에 눈이 5㎝ 넘게 쌓여가던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46년 만의 최고 적설량을 보인 이날 울산에는 눈이 10㎝가 넘게 쌓였지만 기상청의 어이없는 예보 탓에 각 지자체와 시민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상청의 늑장예보 피해는 각 지자체들의 무성의한 재설대책과 맞물려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울산과 부산ㆍ경남 지역 각 지자체들은 공무원들을 총동원해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시내 간선도로 등 일부 도로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장비가 없어 사실상 제설작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 외곽의 모 신도시지역에는 참다 못한 주민들이 집에서 쓰는 빗자루 등 청소용구를 들고 나와 제설작업에 나서는 웃지 못할(?) 장면이 등장했다. 당시 주민들은 “읍사무소에 제설장비를 요청했지만 삽 한자루조차 비치돼 있지 않았다”며 당국의 무대책에 혀를 내둘렀다. 눈에 익숙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당국의 재해대책이 이날 설해로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실제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는 제설전용 차량이 한대도 없다. 대당 가격이 4억원을 넘어 예산상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게 이유다. 그나마 트럭에 제설장비를 장착해 사용하는 ‘제설 키트’도 턱없이 부족해 눈만 오면 우왕좌왕하는 게 현실이다. 한번의 눈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각종 물류시스템이 올스톱 되는 피해를 감안한다면 예산문제로 ‘소탐대실’하는 설해대책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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