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

『IMF 위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도 구조개혁은 우리 경제가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5년 이상 걸릴 일을 2년 정도에 처리하게 돼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9월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장관은 올해중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각 부문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지목했다. 모든 경제기반을 IMF 이전으로 되돌리고, 2000년대를 보다 활기있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다소 어렵더라도 올해중 구조조정 성과를 가시화시켜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康장관은 이와 관련,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구조개혁이 바로 밀레니엄을 준비하는 미래대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공공요금을 그냥 묶어 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 하반기중 인상요인이 있는 공공요금을 순차적으로 인상해 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대우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에 대해서는 『기업가치가 높아져 부실규모가 줄어드는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낙관적 입장을 피력했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이 발표되던 지난 26일, 시내 은행회관 집무실에서 康장관을 만나 취임 100일을 맞는 소회와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_ 내달 1일로 취임하신지 꼭 100일을 맞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주요 현안 조정역할을 맡다가 경제정책 입안과 집행을 책임지는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소감은.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IMF 위기가 닥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의 구조개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5년 이상 걸릴 일을 2년 정도에 처리하게 돼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뉴밀레니엄이다, 2000년이다 해서 새로운 미래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구조개혁이 바로 밀레니엄을 준비하는 미래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_ 2·4분기 경제성장률이 9.8%를 기록하는 등 제반 경제여건이 급속히 호전되면서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과열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상반기중 마이너스 5.5%로, 올 2·4분기 성장률 9.8%를 감안하더라도 평균 2%선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도소매판매의 경우 지난 97년의 98%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직도 2년전 소비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이런 상황에서 경기과열을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_ 최근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공공요금이 인상되는 등 물가전선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반기중 인플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고속도로 통행료가 소폭 인상됐습니다. 공공요금을 마냥 묶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부채에 대한 금융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집니다. 현실화시킬 것은 상황을 보아가며 현실화시킬 생각입니다. 하반기중 공공요금이 현실화되고 기름값이 오르는 등 물가불안 요인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당초 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은 무난하다고 봅니다. _ 가용 외환보유고가 연일 사상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외환보유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현재의 외환보유고 규모를 많다고 보기는 곤란합니다. 앞으로 더 쌓아나갈 계획입니다. 환율 동향은 괜찮은 편입니다. 수출경쟁력 차원에서 엔화와 10대 1 정도면 충분한데 지금은 이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당초 하반기중 외환 공급초과에 따른 절상가능성이 우려됐지만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로 외환부문에 여유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놓고 있습니다. _ 정부는 대우처리와 금융기관 환매방지를 위해 공적자금의 무제한적인 투입을 약속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재정적자를 감안한다면 공적자금 투입은 신중해야 하지 않습니까. 공적자금투입의 원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국회동의를 받은 기존 64조원 범위내에서 가급적 꾸려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성업공사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예금보험기금으로 전용하도록 승인받았습니다. 이 범위내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임원진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추궁할 계획입니다. 거저 주는 돈이 아니라 엄정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자체 충당금 등으로 부실을 정리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마지막 수순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무조건 자금을 지원하는게 아닙니다. _ 대우그룹이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워크아웃 신청 시기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우를 재무구조개선 특별약정에 따라 처리한다고 하니까 시장에서는 이를 계열사 청산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대우계열사의 정상가동이 어려워지고 부실규모가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습니다. 계열사 청산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쪽으로 추진한 것인데 반응이 거꾸로 나온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대우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결정됐습니다. 부채 상환시기가 연장돼 유동성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난 셈입니다. 운전자금이 부족하면 채권단 합의를 거쳐 추가적인 자금지원도 가능합니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구조조정의 주체가 채권단으로 확정됐습니다. 다만 부채상환 연기에 따라 채권은행들의 BIS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은행 자체 충당금으로 해결토록 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_ 대우그룹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일반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대우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 왔습니까. ▲대우그룹이 세계화를 한다며 각국에 투자한 것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IMF 이후 재벌들의 과다부채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결국 대우가 가장 먼저 국제적 불신의 타켓이 된 겁니다. 정부 내에서도 대우문제에 대해 그동안 상당히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금지시킨 마당에 금융기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대우사태는 정부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됐습니다. _ 대우의 해외채권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해외채권단에 대해서도 워크아웃 참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이 경우 해외 채권단도 어느 정도 책임을 분담하게 되며, 해외부채중 일부는 상환기간이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_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투신사 구조조정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투신사 구조조정일정을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향후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손실규모를 최소화시킬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일정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_ 8·15 경축사에서 기존 5대 재벌개혁 원칙 외에 금융지배 방지, 순환출자 금지, 교차우회지원 금지등 새로운 원칙이 추가됐습니다. 새로운 조항을 추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채비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요인이 들어간다면 제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순환출자 금지를 새로 넣었습니다. 또 제2금융기관들이 대부분 비상장기업으로 5대재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투신이든 보험사든간에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로 추가된 원칙들은 이런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보완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_ 중산·서민층 지원책의 일환으로 상속세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하지만 가진자들에 대한 부담을 지나치게 강조해 자유로운 재산축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응집력이 무너지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근로소득세를 인하한 것은 이같은 사회적 응집력을 모으기 위한 조치의 일환입니다. 지난해 IMF를 맞아 월급과 보너스가 대부분 줄어들었는데 세금을 그대로 걷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부활한 것은 조세정의 차원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고소득층의 과세자료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 탈세 가능성을 봉쇄하는 효과가 예상됩니다. 상속·증여세는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재산상속등 변칙적인 탈루행위를 적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종석기자JSLEE@SED.CO.KR

관련기사



이종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