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B&Deal] 크레디트스위스 '광폭 질주'

하이닉스 등서 쌓은 경험·안정적 수익구조 바탕<br>KT렌탈 1조 매각 이어 3조~4조대 M&A딜 주관


국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유럽계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계 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씨티·JP모건 등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 주목 받고 있다. CS는 올 초 KT렌탈을 전 주인인 KT도 예상하지 못한 1조원에 롯데에 매각한 여세를 몰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각 대상 기업을 거느린 산업은행과 밀월 관계를 형성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금호산업·동부팜한농·STX프랑스 등의 매각자문을 싹쓸이하고 있다. 외환은행·하이닉스 등 어려운 딜을 성사시킨 경험과 실력, 안정적 수익구조를 앞세운 수주 경쟁력이 CS의 광폭 질주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CS는 이달 초 KTB 프라이빗에쿼티(PE)와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보유한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주관사로 선정됐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자문에 모건스탠리·JP모건·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CS가 가볍게 제쳤다는 후문이다. 동부익스프레스 공동 매각주관사로 산업은행 인수합병(M&A)실과 동부증권이 합류했지만 CS가 딜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산은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의 매각주관사로도 선정됐다. 동부팜한농 매각자문에는 골드만삭스도 큰 관심을 보였지만 CS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 CS는 아울러 산은과 함께 M&A 시장의 최대어인 금호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역시 산은이 주채권은행인 STX유럽의 매각에도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CS가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기업들 가치만 3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CS는 하반기 최대 빅딜로 꼽히는 동양시멘트 매각에도 유진그룹의 인수자문사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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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일 CS 서울지점장은 "KT렌탈을 비롯해 과거 외환은행과 하이닉스 등 규모가 크면서도 복잡한 M&A 거래를 성공시킨 트랙 레코드가 최근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CS는 지난 2월 황창규 KT 회장이 직접 챙긴 KT렌탈 매각에 있어 본입찰 마감 후에도 인수후보들과 개별 협상을 벌이며 매각가를 1조2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IB업계와 재계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CS 한국을 총괄하는 이천기 대표가 2002년부터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다진 팀워크와 국내외 네트워크가 어려운 거래에서도 CS가 강한 면모를 보이는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CS는 탄탄한 수익구조를 기반으로 다른 외국계 IB에 비해 경쟁력 있는 수수료를 제시하는 것이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CS는 올 1·4분기 22개 외국계 증권사(법인·지점) 중 가장 많은 2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산은의 한 핵심관계자는 "매각주관사 선정시 수수료 문제가 적지 않게 고려된다"며 "다른 외국계에 비해 CS는 상대적으로 합리적 가격을 제시해 종종 우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금융의 한 축인 스위스의 대표 회사답게 CS가 결코 미국·영국 등의 금융사에 뒤지지 않는 노하우를 축적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CS는 1856년 설립돼 16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난 1·4분기에 매출 66억7,000만스위스프랑(약 77조5,000억원), 순이익 11억스위스프랑(약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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