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8일] 너무도 한가한 EU 지도자들

느려도 너무 느리다.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이렇다. 유럽정상들은 이날 항구적인 구제금융 기금(유로안정화기구ㆍESM)의 설립에 합의, EU 헌법(리스본 조약)을 수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유럽판 상설 국제통화기금(IMF) 설치 합의는 앞서 1주일 전 열린 재무장관회의를 재확인한 것일 뿐 구제금융의 재원 증액 등 논란 사항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지난 10월 EU 정상회의 결과를 살펴보자. EU는 당시 회의에서 '유럽판 IMF'로 불리는 항구적인 구제금융 기금을 설립하고 이를 위해 리스본 조약에 일부 수정을 가하기로 했다. 그럼 이번 12월 회의에서는 뭐가 달라진 것일까. 당시에는 "리스본 조약을 고치자"고 '합의'한 것이고 이번에는 실제로 조약에 두 문항을 추가하는 '실행'을 한 것이다. 합의한 것을 실행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물론 EU 헌법의 수정은 회원국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유럽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지도자들이 이렇게 여유롭게 대처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이 기간에 아일랜드는 결국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뒤이어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대한 외부지원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 지도자들은 ESM에 대한 세부안은 내놓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이번에 ESM 세부안을 도출하기 위해 또다시 두세 달을 보낼 것인가.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까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을 맞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보다 못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날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에 비해 유럽 정상들은 시장흐름에서 너무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 1년간 재정 위기가 곪을 대로 곪아 터져서야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는 행태를 고치지 않고 있다. 말만 많고 행동은 굼뜬 유로존 지도자들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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