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전인대 개막] 경제체질 개선·부양 병행… 디플레 방어·안정 성장에 방점

재정적자 최대 규모로 늘려 중앙정부가 직접 부양 주도<br>각종 개혁·구조조정도 속도<br>대내외경제 불확실성 높아 7% 성장 성공할지 장담 못해<br>경제둔화에도 국방비 늘려 5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



'안정적 성장.' 3년차를 맞은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경제운용 목표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를 11년 만에 최저치로 낮췄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수요감소로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는 가운데 그나마 기대했던 내수경기도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혁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장을 위해 개혁을 포기할 경우 시진핑 정부 이후 추진해온 구조조정·반부패 등의 성과가 무산될 수도 있다. 결국 2015년은 시진핑 정부에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안정의 바탕이 없는 개혁은 공허한 선언으로 그치고 2년 뒤 지도부 교체과정에서 시 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바오치(7%의 성장률을 지킨다)'에 성공할지 여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디플레이션 우려와 대내외 수요감소에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6.8%로 예상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 벗어날 수 있을까=7%의 성장률 목표에 대해 리커창 총리는 '중등소득의 함정'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정책의 방점을 '위기극복'에 둔 것이다. 예상대로 올해 성장률 목표는 '7% 정도'로 제시했다. 디플레이션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리 총리는 "7% 목표는 수요와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라며 "이런 성장속도를 오랜 기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 성장의 배경은 역시 취업문제다. 연간 1,0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7%는 중국 정부에 마지노선이라는 분석이다.


거시경제 정책 방향 기조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사전조정·미세조정·특정조정 등 정책 방향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특히 통화정책에서 광의통화량(M2) 증가율을 지난해 13%에서 올해 12%로 낮춰 유동성을 다소 죄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경제발전의 수요에 따라 높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 유동성을 더 풀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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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경기부양 직접 나서=이번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한고한 의지가 나타났다.리 총리는 각종 정책사업을 설명하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 중앙예산 내 투자를 4,776억위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독무대가 아닌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사회자본이 보다 많은 분야에 투입되도록 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철도 분야에 8,000억위안, 57개 중대수리 분야에 8,000억위안이 투입된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을 위해 올해 중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사상 최대 규모인 1조6,200억위안으로 늘린다. 재정적자율도 2.1%에서 2.3%로 확대된다.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기부양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서비스업과 전략적 신흥산업의 비중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에도 대규모 지원책이 뒤따를 예정이다.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목표를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위해 과잉생산 업종은 인수합병(M&A)을 지원하고 첨단장비, 정보 네트워크, 집적회로, 신에너지, 신소재, 바이오의약, 항공동력기, 증기터빈 등을 신흥산업으로 육성한다. 경제 부문의 개혁은 가격과 금융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송배전 가격, 자원성 제품의 가격 결정권을 시장으로 이관하고 예금보험 제도, 중앙은행 금리조정 구조 건전화, 인민폐 환율변동 유연성 강화 등과 함께 선전과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인 선강퉁도 실시할 예정이다.

'개방의 개혁'이라는 표현도 주목된다. 중국은 올해 대외무역 방식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수출세금 환급금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며 지방정부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외국인투자제한 품목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이 중 올해는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등을 잇는 국제물류대통로 건설에 투자가 집중된다.

◇성장률 낮춰도 국방비는 두 자릿수 유지=중국 정부는 경제둔화에도 국방비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올해 국방비 예산은 지난해보다 10.1% 늘어난 8,868억9,800만위안(약 155조원)으로 책정됐다. 5년 만에 증가율이 가장 낮지만 5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리 총리는 올해 중국 정부가 변경ㆍ해안ㆍ영공방위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인민해방군 급여 인상과 해군ㆍ공군력 강화에 늘어난 국방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견제와 일본ㆍ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영유권 분쟁 등을 빌미로 중국의 국방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최근 3년 연속 늘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4조8,994억엔(약 44조9,5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국방비 지출국이지만 미국이 비하면 4분의1 수준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5,810억달러, 중국은 1,294억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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