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샌디에이고 인포컴사>:7(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미 PCS시장 잡아라” 사활건 투자작전/“교환기 등 내년 매출 2,500억원 이룩” 가동준비에 총력/세계적 메이커들 벌써 견제… “이제 시작” 한판 각오도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도시는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쾌적한 생활환경과 기후때문에 참 살기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 가운데서도 샌디에이고는 미국인들이 노년에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1년내내 습기가 없고 쾌적한 날씨가 계속되기 때문에 고치기 힘든 관절염도 이곳에 살다보면 쉽게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샌디에이고가 노인들만의 천국은 아니다. 통신사업자들이 가장 적합한 사업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첫 손을 꼽는 곳도 샌디에이고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샌디에이고는 미군의 해군기지가 있었던 관계로 정보통신산업이 빠르게 발달해온 지역이다. 최근에는 냉전해소에 따른 군비축소 움직임으로 유능한 해군출신 통신엔지니어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 통신업체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고 있다. 하늘도 돕는다. 1년내내 날씨가 건조한 것은 물론 먼지가 전혀 없어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통신기술, 특히 디지털 무선통신 기술발달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퀄컴(Qualcomm)사가 디지털 이동통신의 세계적인 기술표준으로 자리잡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지역토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LG정보통신이 미국의 CDMA 연구법인인 LG인포컴(LG Infocomm)을 다른 지역을 마다하고 이 곳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샌디에이고는 멕시코 국경지역과 자동차로 20여분 거리밖에 안돼 중남미 시장진출에도 유리한 곳이다. LG인포컴이 이렇듯 좋은 사업환경을 가진 샌디에이고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4월. 『설립당시에는 정보통신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본고장에서 밀려나면 다른 지역에서 아무리 큰 성과를 거두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각오로 착실히 발판을 다져왔다.』 현지 총괄사장인 김익부전무의 말이다. 설립 1년이 지난 올 5월 LG인포컴은 PCS(개인휴대통신)장비생산에 주력할 샌시스(SANSYS)와 연구개발을 주로하는 샌서치(SANSEARCH), 그리고 운용을 담당할 칼림(CALIM) 등 3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로 확대 개편됐다. 본격적인 본거지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면 된다. 지난 8월말에는 샌디에이고 북부의 하이테크 산업단지에 있는 6만7천여㎡(약 2천평규모)의 건물을 구입했다. 2층으로 된 이 건물은 지난 9월말 엔지니어들이 입주한 후 10월말 보수 개조가 마무리된 상태다. LG인포컴은 연말까지 이곳에 생산설비를 설치하고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PCS단말기 교환기 및 기지국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이 정상가동될 경우 국내 파견직원과 현지 연구원, 엔지니어, 마케팅·제조·판매직원 등 총 2백여명이 일하게 된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간 매출액은 3억달러(약 2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예상은 LG인포컴이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넥스트웨이브(NextWave)사와의 계약조건만으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지금상태로 본다면 3억달러 이상의 매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게 김전무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LG인포컴은 지난 2월 미국의 PCS서비스 전국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와 5.5%(2천만달러)의 지분참여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분참여 외에 주식전환이 가능한 1천만달러의 조건부 대여(Convertible Loan)를 별도로 제공키로 했다. 이 지분참여 계약을 할 때 LG인포컴은 내년부터 5년간에 걸쳐 2억5천만달러 상당의 PCS장비를 공급키로 넥스트웨이브사와 약속,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둔 상태다. 샌디에이고에 본사가 있는 넥스트웨이브사는 지난 5월 끝난 미국내 PCS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여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 63개지역(서비스 대상인구 약 1억1천만명)에 대한 주파수를 낙찰받아 내년부터 PCS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재 퀄컴, 소니 등도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등 세계 유수의 PCS장비 공급업체들이 줄을 대기 위해 분주히 접촉하고 있다. LG인포컴이 이런 넥스트웨이브사에 지분참여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미국내 PCS서비스 업체에 대한 지분참여를 통해 세계 최대인 미국의 통신장비 및 단말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중남지 지역 진입도 보다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통신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출은 곧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다른 지역시장 개척이 훨씬 쉬울 것이라는 게 LG인포컴의 분석이다. 여기에 넥스트웨이브사의 주식상장이 이루어질 경우 이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성공에 따른 대가가 큰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설립이후 국내에서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정예직원들을 현지에 파견했으나 문화적 차이 및 사업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게 사실이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나 안심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게 현지 직원들의 평가다. 현지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긴장감속에는 세계 최대 시장을 개척한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배어 있다.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남시영과장은 『LG인포컴은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업체중 유일하게 PCS사업과 관련된 현지법인이다. 따라서 LG인포컴의 성패는 앞으로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PCS관련 업체들의 본보기인 셈이다. 이 때문에 모든 직원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책임감 뒤에는 비록 CDMA 디지털 이동통신의 원천기술에서는 한발 늦었지만 상용화에서는 세계를 리드하고 있고,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통신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겨루어서 이길 수 있다는 LG인포컴의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시작이라는게 이들의 각오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퀄컴, 모토롤러, 에릭슨, 노키아 등 세계적 업체들의 강력한 견제를 이겨낼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문제다. 이런 경쟁속에서 우리나라 통신기술이 계속 도약할 것이라는 확신은 LG인포컴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샌디에이고=임석훈> ◎인터뷰/김익부 인포컴 사장/“필요한 유능인력 비용관계 없이 스카우트/한국정보통신업계 명예걸고 꼭 성공할터 ” 김익부 LG인포컴 사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나가있는 LG그룹 현지책임자 가운데 몇 안되는 전무급이다. LG인포컴에 대한 LG그룹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룹의 기대가 크면 클수록 김사장을 포함한 직원들에게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김사장은 해외근무경력이 다른 현지 책임자들처럼 많거나 화려한 편이 아니다. 지난 75년 독일에서 1년간 근무한게 유일한 해외근무다. 미국에는 여러번 출장을 다녔지만 주재원으로 머물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2년 하버드대에서 3개월간 최고경영자과정(AMP코스)을 이수한 뒤 중책을 맡게 된 김사장은 『그룹, 나아가 우리나라 정보통신업체의 대표주자로서 미국시장에서 꼭 성공할 것』이라며 『성패의 열쇠는 무엇보다 사람관리』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중남미나 유럽이 아닌 미국에 직접 진출한 이유는. ▲미국은 세계 통신산업의 메카이자 가장 큰 시장이다. 이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아무리 큰 성과를 거두어도 별 의미가 없다. 앞으로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미국시장 개척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정보통신의 무선 CDMA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므로 세계통신시장의 본거지에서 경쟁하는게 당연한 것이다. ­진출 초기단계인데 사업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처음에는 현지 채용직원과의 문화적차이 등으로 국내 파견직원과 갈등이 많았으나 지금은 별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유능한 인력확보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리부문은 큰 문제가 없지만 유능한 기술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인들에게 LG가 일본의 소니처럼 많이 알려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G인포컴이 잠시 사업을 해보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을 떠나버리는게 아닌가 우려하는 엔지니어들조차 있는 실정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은. ▲샌디에이고 뿐만 아니라 새너제이, 덴버 등 무선통신기술자가 많이 있는 지역의 현지 신문과 잡지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또한 유능한 기술자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찾아가 현지 인터뷰도 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기술인력이면 액수에 관계없이 스카우트하는 것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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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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