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배석철 충북대외대 교수

한국인에 많은 위암퇴치길 활짝 열어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선정된 충북대 의대 배석철 부교수는 위암 억제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암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배 교수는 위암의 원인을 분자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함으로써 위암을 치료할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기는 배 교수가 처음이다. 배 교수의 이러한 연구내용은 세계 최고권위의 학술잡지 셀지 4월호와 네이처지 5월호에 잇따라 게재됐다. 위암은 한국사람에게 많은 암으로 국내에서만 연간 4만명, 세계적으로는 연간 1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위암치료제 개발은 가장 시급한 연구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위암 발병원인이 최근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배 교수는 오랜 연구를 통해 RUNX3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하면 위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함으로써 위암 치료법 개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배 교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RUNX3를 파괴한 생쥐를 만들어 관찰한 결과, 생쥐들의 위에서 암세포가 급속히 퍼져 1~2일내에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쥐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위암환자 46명의 암 조직을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60%인 28명의 암조직에서 이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이유는 이 유전자에 메틸이란 물질이 달라붙어 분자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유전자와 메틸을 분리하는 실험용 치료제 TSA와 AZA를 투여하자 RUNX3의 기능이 복원됐다. 정상적인 세포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세포분열이 억제되고 스스로 죽게 되는 방어과정에 따라 암세포로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암은 이러한 정상적인 방어과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세포의 성장 억제와 자가 사멸에 의한 암 발생 억제는 다양한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특히 위암 발병의 억제 과정에는 신호물질인 TGF-β (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를 통한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미노산 결합체인 TGF-β가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이 수용체는 세포 안쪽의 스매드(Smad)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신호를 세포내부로 전달한다. 실제 TGF-β 신호에 대한 세포의 반응은 이렇게 활성화된 스매드가 염색체에 결합해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실현되게 되는데 이 과정에 스매드는 몇 가지 종류의 단백질간의 물리적 결합을 하게 된다. 배 교수는 "모든 세포가 자라고 죽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 세포들이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세계적으로 발병률과 치사율이 가장 높은 위암의 발병원인이 분자수준에서 규명됐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정립된 위암 발병과정은 위암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이론적 배경을 마련했다. 즉 RUNX3 유전자의 가역적인 구조적 변화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통하여 원상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약효물질의 검색연구는 위암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배 교수는 "신약개발 연구에는 수백억원이 투자되고 시간도 10년가량 소요된다"며 "장기프로젝트에는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질병의 발병 과정의 유전자 수준에서의 해명이 가능해지고 유전자 치료법까지도 고안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질병의 유전자 수준에서의 이해와 이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은 질병의 원인 유전자를 발견해야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암 원인 유전자 탐색 연구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으나 원인이 규명된 몇 가지 암의 경우에 있어서는 분자수준에서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관한 연구가 대단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원인유전자는 유방암(BRCA1, BRCA2), 대장암(APC), 췌장암(SMAD),백혈병(RUNX1/AML1) 등이다. 지난 91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배 교수는 95년 RUNX3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으며 이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이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를 만들고 위 상피층의 세포사멸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러한 세포사멸 억제는 TGF-β에 대한 반응을 상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TGF-β 의존성 세포사멸은 상피세포의 암화에 대한 중요한 방어과정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RUNX3 유전자의 상실이 위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결과 RUNX3는 실제로 암을 억제하는 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체 위암 조직에서 RUNX3의 발현이 비정상적인 DNA 메틸화에 의하여 현저히 저하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RUNX3의 발현저하가 위암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으며 위암의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RUNX3는 DNA 메틸화라는 가역적인 변화에 의하여 변형되기 때문에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p53 유전자는 가장 널리 알려진 암 억제유전자이지만 비가역적 변형에 의하여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치료법 개발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RUNX3의 경우는 DNA 메틸화효소 억제제 또는 히스톤 탈아세칠화 효소 억제제 등을 이용해 원상 복구가 가능하므로 이와 관련된 약물이 위암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 항암제는 암 세포는 정상적으로 증식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모든 세포를 공격하며 이 때문에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도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암의 발생 원인이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규명되면 그 원인만 제거하는 맞춤 치료법이 가능해진다. 분자생물학 전공인 배 교수는 "이번 연구를 이토 요시아키 싱가포르대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며 "국내 분자생물학은 저변이 넓고 수준도 높은 편이지만 연구비가 다른 연구에 비해 많이 드는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 배석철 부교수 약력 ▦58년 광주 출생(44) ▦85년 서울대 약대 졸업 ▦91년 서울대 대학원 약학박사 ▦91년 일본 교토대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94년 프랑스 리용ENS 암연구소 연구원 ▦95년 충북대 의대 조교수 ▦2000년 충북대 의대 부교수 연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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