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앞둔 인플레심리 확산 경계/이 한은 총재 통화정책방향 의미

◎내년 팽창적 재정집행에 우려감 표시/한은 내부서도 총 인건비 동결 등 실천이경식 한은 총재가 7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밝힌 내년도 통화정책운용방향은 한국은행이 내년도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을 잘 반영함과 동시에 중앙은행총재로서 정부에 그동안 보기드문 주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이총재는 내년도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이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적자가 될 것으로 지적, 중앙은행 총재로서 깊은 우려감을 피력했다. 올해 높은 임금상승과 원화환율 상승의 여파가 내년 물가관리에 커다란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고,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팽창적인 재정집행이 우려돼 인플레 기대심리의 재연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감은 내년도 통화정책방향에 반영돼 있다. 이총재는 이미 통화지표로서의 유의성을 상실한 M2보다는 보다 광의의 지표인 MCT 중심의 통화관리를 천명함으로써 전체적인 시중유동성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내년의 통화관리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정부부문의 통화팽창압력을 막기 위해 정부의 긴축적인 재정집행을 촉구했다. 내년에는 경기부진으로 세수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재정지출은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등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정부의 재정집행에 대해 경상경비의 절감노력과 함께 올해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재원으로 한 추경예산의 편성을 지양하고 이를 한은에 대한 채무상환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결국 이같은 이총재의 재정부문에 대한 강도높은 주문은 내년중 팽창적인 재정집행에 대한 우려감의 표현으로도 평가되며 재정부문에서의 통화증발효과를 봉쇄해야한다는 제안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직적 통화공급요인인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함으로써 통화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총액대출한도의 축소는 특히 은행의 지급준비율 추가인하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의지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어서 상당히 실현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불안은 기본적으로 총수요측면에서의 요인에 의한 바 크다고 보고 총수요의 적정수준 유지를 위한 통화정책면의 안정화노력를 천명한 것은 내년도 한은의 통화관리는 기조적으로 긴축적인 성격을 지닐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이총재는 이같은 내년도 통화정책운용방향과 더불어 한은 내부적으로도 내년도 관리부문 예산에서 총인건비와 일반관리비를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는 등 긴축예산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이같은 이총재의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어느정도로 정치논리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가에 있다. 침체늪에 빨려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집행자들의 제 목소리내기가 그 어느때 보다도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날 이총재의 발언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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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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