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약제비 적정화' 기준 마련을

의료계와 환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서도 정부는 의약품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치료적ㆍ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을 선별 등재해 보다 싼 가격에 좋은 효과를 가진 의약품을 국민에게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거둬 아픈 사람이 경제적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복지 국가 대한민국에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앞서 하루에도 수 십명의 환자들을 대하며 최선의 치료를 다짐하고 대한민국 의학을 발전시켜야 하는 심장 내과 전문의로서 이번 정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언해야 하는 책임감도 느낀다. 이번 정책의 진행 과정을 지켜 보며 의료인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견해를 적어보고자 한다. 정부가 전면 시행에 앞서 시범 평가 항목으로 지정한 고지혈증 치료제에 대한 부분에서 일견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최일선에서 만나고 실제 고지혈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고지혈증 치료제 시범 평가는 몇 가지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먼저 정부는 최종 평가에 있어 기존에 발표된 사망률(mortality)감소 자료를 사용하되, 최근 출시된 약제의 경우 자료가 없을 수 있으므로 성분별 콜레스테롤(LDL-CㆍTGㆍHDL-C)수치 변화를 보조적 지표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약제 자체의 효능ㆍ효과를 떠나 출시 시점이 늦은 약제들이 평가 받는 자료가 미비하여 환자들이 보험 혜택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망률(mortality) 감소 자료는 한국인에 대한 데이터가 아닌 외국인에 대한 자료라는 점과 각기 다른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 결과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비교ㆍ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인에 대한 연구자료를 축적 및 활용할 기회를 잃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고지혈증 약제의 효과는 한국인에게서 콜레스테롤 저하의 효과를 가지고 1차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3~5년간의 한국인의 사망률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이를 2차적인 보조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 보건 정책에 반드시 필요한 우리 고유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이 객관성과 형평성이 부족한 불합리한 평가지표가 적용될 경우 더 많은 문제를 가져 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준과 원칙이 고지혈증 치료제에만 한정되지 않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만성질환 관련 치료제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면 신약이 무더기로 보험 등재에서 제외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 고유의 통계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전문의에게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선의 치료선택의 기회를 빼앗기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지혈증은 한국인 주요 사망원인인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질환으로서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LDL-C)를 적극적으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미 협심증ㆍ심근경색ㆍ뇌졸중 등의 질환이 발병한 경우에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생사의 문제로도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당국에서는 이번 의약품 선별등재방식 시범 평가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대 사안임을 직시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다 성실히 반영하고 신중히 검토해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준을 제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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