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사흘만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들어 장세를 선도했던 반도체와 은행주가 차익매물 부담으로 조정권에 진입한데다 프로그램 매물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중심의 수급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말 선도주로 부상했다가 먼저 조정을 받았던 화학주가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흐름은 여전히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추가하락보다는 조정 쪽에 무게를 싣고있다.
1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2.36포인트(0.28%) 하락한 848.43포인트로 마감, 이틀간의 상승에 따른 과열 우려감을 희석시켰다. 이날 하락은
▲대량으로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 부담
▲본격적인 어닝시즌 돌입에 따라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는 관망심리가 겹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최근 이틀새 프로그램 매물이 4,000억원 가까이 풀림에 따라 향후 매물부담은 2,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외국인 매수 강도로 볼 때 이 정도 물량은 하루면 소화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실적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만큼 새롭게 부상하는 실적주 중심의 상승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재상승에 대비해 조정시마다 수출 모멘텀과 실적을 중심으로 한 우량주 중심의 매수전략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열을 완화하는 조정국면=이날 종합주가지수가 조정권에 머물렀지만 상승추세가 끝났다고 속단하기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적으로 장대음선이 나타나지 않아 상투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고점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거래량 폭발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올들어 종합주가지수는 하루내지 이틀 오를때마다 하루 조정을 거치면서 급등에 따른 부담을 완화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정국면이 상승과정의 `완급조절용`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윤학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지수가 그동안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830선을 넘어선 후 처음 나타난 조정인 만큼 830선에서는 강력한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물 막바지 단계=이날 프로그램 매매를 보면 시장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0.3~0.40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차익거래를 통한 매물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2일 현재 매수차익 잔액은 8,400억원. 이 가운데 절반인 4,000억원 안팎이 현재의 베이시스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매물로 추정되는데, 이날 2,220억원의 매물이 나와 추가매물은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말 1조1,000억원대에 머물던 프로그램 잔액 가운데 절반 정도가 급한 매물로 나올 수 있고, 이 가운데 이미 4,000억원 안팎의 물량이 소진돼 추가매물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적발표 보면서 완급조절=전문가들은 실적 발표도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장 14일 국내기업 실적발표의 포문을 여는 포스코의 경우도 사상 최대실적이 예상되는데다 15일(한국시간) 실적발표를 시작하는 미국의 인텔, 삼성전자 모두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의 컨센서스와 같거나 이보다 좋은 실적이 나올 경우 현재까지 이어진 실적호전장세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성호 교보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현재까지 분위기는 실적 발표 결과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발표가 이뤄질 경우 한ㆍ미 양국 모두 연초이후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조정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만약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발표가 이뤄질 경우에는 연초이후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기간조정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