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흑자시대 수입의 역할

지난해 이어 올들어서도 수출증가세가 돋보인다. 지난 1월 수출액은 월간 기준 35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3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98년12월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체감경기가 바닥이라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런 예상을 뛰어 넘는 흑자시대를 맞으면서 외국의 통상공세도 우려되고 있다. KOTR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할 움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남아공 등 주요 개도국마저 자국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수입규제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흑자시대에는 늘 통상압력이 거세지기 마련이다. 우리 상품의 수출만 늘리고 외국상품의 수입을 억제하려는 정책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그래서 더욱 절실한 것이다. 수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돼서는 곤란하다. 수입은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흑자시대를 맞아 수출 못지 않게 수입도 중요하다는 균형적인 사고를 갖는게 중요하다. `수입은 성장에 마이너스다` `수입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수입대체는 무조건 좋다`는 등 수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나 이원적인 생각을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력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의 외연적인 확대를 통한 성장에서는 수입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고 수입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부족해 부정적인 수입관이 형성됐던 것이 사실이다. 수입의 역할을 오로지 국내에 없는 자원을 확보하고 생산과 수출에 필요한 원료와 기계를 구입하는데 두었고 이러한 목적 외의 수입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수입정책은 소비재수입은 억제하고 수입대체는 촉진하는데 맞추어져 왔다. 교역조건의 악화를 극복하려면 어떻게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게 우리경제의 과제다. 그런 측면에서 수입을 아웃소싱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수입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우리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수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며 수입의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수입은 통상마찰을 완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수입의 경쟁기능에 의해 국내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촉진해야 한다. 수입이 자유롭게 이루어 질 때 국내시장에서 선진국 상품의 도전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생산성 제고와 품질향상 노력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입의 산업구조조정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경쟁열위산업의 퇴출을 통해 한정된 자원ㆍ노동ㆍ자본을 경쟁우위산업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전체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수입제한정책 및 수입에 비판적인 사회분위기로 경쟁력 없는 산업을 억지로 유지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컨대 노동생산성이 평균의 5분의 1인 분야의 비중이 5%라고 하자. 무리한 보호와 지원에 의해 동 분야의 소득을 다른 분야와 같게 할 때 전체경제에 주는 부담이 경제성장을 4%포인트나 낮추게 된다. 이는 경쟁력 없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긴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물가안정과 소비자의 복리후생증진도 주목해야 한다. 식품과 일상용품을 저렴한 수입으로 대체하면 생계비가 안정되고 더 나아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완화할 수 있다. 상호주의와 개방화가 휩쓸고 있는 국제통상환경속에서 우리 상품의 수출증대를 위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세계 모든 국가들은 경제발전전략으로서 수출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수출증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상품의 접근을 제한하면서 우리의 수출만 늘리려고 하면 수많은 통상마찰에 직면하게 되고 수출증대로 어렵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균형된 시각에서 수입증대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교역조건 악화와 날로 거세지고 있는 통상파고를 이겨내고 수출을 꾸준히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상품에 대한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질적 성장위주로 정책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홍기호 한국수입업협회 부회장(가나물상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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