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아직은 겨울/정경부 권홍우 기자(기자의 눈)

같은 제비라도 엄동설한을 지나 처음 찾아온 제비는 유난히 반갑다. 첫 제비는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6월중 수출이 수입보다 많았다. 30개월만의 무역흑자다. 월중 수출액도 1백23억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잔뜩 움츠러든 우리 경제의 분위기를 일순 바꿀 수 있는 호재임이 분명하다. 덩달아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올해초 설정한 무역수지 적자 방어목표 1백40억달러선을 지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더 나아가 적자폭을 그보다 30억달러정도 줄일 수 있다는 장담도 나왔다. 파국 위기감이 감돌았던 몇달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많이 풀린 셈이다. 그러나 무역수지의 내용, 특히 국가별 수지를 잘 살펴보면 조금도 낙관할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올 상반기중 대선진국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5.9%나 감소했다. 반면 개도국에 대한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6.5% 늘어났다. 선진국시장에서의 후퇴를 개도국에서 만회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수출상품이 구매력 높은 선진국 소비자보다 싸구려를 찾는 사람들에게나 먹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한 마디로 「비지떡」외에 팔게 없는 실정이어서 수출증가가 경쟁력 회복을 통해 나타난 게 아님을 명백히 반증한다. 선진국시장에 대한 점유율 개선없이 우리 경제의 구조 고도화와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경쟁력 한계를 극복치 못한 채 엔고현상에 의해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해봤자 한낱 달콤한 꿈에 그칠 뿐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가까워 오면서 냉철한 분석은 침묵한 채 현란한 구호와 사탕발림이 난무하고 있다. 감내해야할 겨울이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너무 일찍 찾아온 제비는 차라리 위험하다. 계절감각을 잊게하고 체질을 약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와 경제의 장래가 어찌되건 당장 눈앞에 제시된 실적만 강조하며 마치 선진대열에 뛰어든 것처럼 즐거워했던 지난 86∼88년과 그 이후의 아픈 기억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님을 우리는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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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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