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오늘, 변화와 개혁이 지상의 가치다. 우정사업이 그 변화와 개혁의 전선에서 가장 멀리까지 줄달음치고 있다.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온 새」. 누군가는 이렇게 우정사업의 드라마틱한 변신을 표현한다. 장관이 포스터모델로까지 나와 「달라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말단 우체국 집배원은 업무개선을 위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만년 적자, 최근 5년간 연평균 846억원의 적자사업이 올해 1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기적」이 연출됐다. 그 원동력은 「바꿔보자」는 생각의 힘이다.「우체국」 하면 처음 떠오르는 연상은 대개 「편지나 부치는 곳」 쯤이다.
초고속통신망, 인터넷, 광속상거래, E메일 등 정보통신수단들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발달한다. 반면, 우체국 하면 오래전 편지 쓴 추억이 오버랩되며
「종이」, 「과거」, 「낡았다」는 등의 이미지가 우선 떠올려진다. 도시의 한 귀퉁이나 시골 면사무소 한 켠에 초라하게 오래도록 서 있던 관공서처럼.
그러나 98년 우체국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깥사람들은 잘 몰랐다. 하지만 우편종사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변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바람이 낳은 결과는 단순히 우정사업 내부의 경영혁신차원을 넘어 공공서비스, 나아가 한국사회 변화와 개혁의 귀중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우편사업은 「구제불능」처럼 만성적인 적자사업이었다. 갈수록 우편물이 줄고, 우편요금 현실화는 무망했다. 정부사업의 특성상 조직은 탄력성이 떨어졌고, 종사원들은 매너리즘에 깊이 빠져 있었으니 적자는 당연했다.
지난 93년과 94년 각각 1,074억원과 1,39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우정사업은 95년 794억원, 96년 428억원으로 즐어들 듯 하더니 지난해엔 54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846억원의 적자.
그런 우정사업이 올해는 단번에 100억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요금이 오른 것도, 대기업처럼 부동산을 처분해 특별이익을 낸 것도 아니다. 더구나 98년이 어떤 해인가. 탄탄한 민간기업들마저 적자로 돌아서거나 힘없이 무릎을 꿇고 만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다.
우정사업의 기적같은 대변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배순훈(裵洵勳)장관. 지난 2월 정보통신부장관에 취임 후 그는 『내가 해서 적자 본 사업은 없었다』며 우정사업 개혁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는 『우편서비스는 행정이 아니라 상품』이라고 선언하며 「민간기업 따라잡기」를 주도했다.
대대적인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은 신속하지만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우체국의 군살을 엄청나게 뺐다. 우선 본부의 우표과를 없앴고, 2,800여개 우체국중 83개를 통폐합하고 인원도 993명을 줄였다. 내년에도 추가로 28개 우체국을 줄이고, 2000년까지 총인원의 12%인 4,048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또 대대적인 의식개혁을 추진했다. 장관은 몸소 순회교육 행진을 벌였고 직접 포스터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민간 전문가를 통한 의식교육도 릴레이식으로 실시됐다. 서비스마인드가 우정종사원들에게 하루가 다르게 심어졌다. 우편봉투에 광고를 허용하고, 근무의욕 쇄신을 위해 고리타분한 「집배원」명칭도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은 인센티브제. 강원도 양구우체국에 근무하는 K씨(46)의 경우. 그는 집배원 생활 20년째다. 지난 7월 그는 기본급의 150%에 달하는 150만원이 더 들어 있는 통장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정통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인센티브의 혜택을 그도 받은 것이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정통부는 인센티브제를 위해 올해 별도로 269억원의 예산을 마련, 수익성 생산성 경영목표 달성 등의 지표를 통해 상위 50%에 속하는 우체국에 기본급의 50~150%를 차등지급했다.
또 사기 진작을 위해 집배원 1,600명에게 오토바이를 지급, 1만3,000여 전 집배원이 이륜차를 갖게 했다. 그같은 신바람 불어넣기는 효과가 컸다.
지난 10월 능률협회가 발표한 서비스 산업별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우체국은 전체 120개 서비스업중 민간 택배 특급 호텔 항공사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9월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조사에선 우체국이 가장 친절한 공공기관으로 뽑혔다.
우정사업의 이같은 대변신은 「낙제생」이 피나는 노력 끝에 「우등생」이 된 것처럼 공공부문, 민간 할 것 없이 내부혁신의 잠재력을 웅변해주고 있다. 석호익(石鎬益)우정국장은 『앞으로 우체국은 한국의 서비스산업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백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