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회주의’ 파문 씁쓸한 뒷맛

“차라리 이번 기회에 사회주의 논쟁이라도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 21세기 미래사회 창설 등이 논의되는 마당에 언제까지 19세기의 망령에 호들갑을 떨어야 하나” 김석중 상무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목표는 사회주의적(Their goal is socialist)` 발언 파문을 지켜본 어느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한숨 섞인 탄식이다. 이번 사태는 전경련의 공식 사과와 인수위의 수용으로 일단락됐지만 `시대착오적`인 전개 과정은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물론 외신보도가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특수 상황에서 `사회주의적`이라는 용어에 인수위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더욱이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선거 기간 “주변에 주사파가 몰려있다”는 정치적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고. 이런 마당에 자타가 공인하는 전경련의 논객(論客)인 김 상무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단어 사용은 자제했어야 했다. 특히 색깔론으로 새 정부를 공격할 의사였다면 백번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인수위의 반응도 `새정치 실현`이라는 슬로건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 10대 아젠다로 `참여 복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라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은 사회민주당이 집권하거나 제1야당이다. 설사 우파가 정권을 잡더라도 실업 수당 지급, 국민 의료혜택 등 `자본주의에 사회주의적 요소 가미`는 사회적 합의의 기본 틀이다. 인수위도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적`이라는 단어의 뉘앙스 차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차기 정부가 사회주의 정권이라는 말이냐”며 전경련을 몰아붙인 것은 `이번 기회에 한번 손을 보겠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었다는 느낌이다. 이 같은 감정적인 반응은 새 정부의 정책 활용 공간을 오히려 더 좁히는 행동은 아닐까 우려된다. 앞으로도 이런 저런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의견을 제도적 틀 안으로 수용, 생산적인 토론을 이끌어내는 게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국민통합 등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최형욱기자(산업부)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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