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법예고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정부의 방송행정 장악’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무조정실이 11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예고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지난 8일 ‘법안 거부’로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한 방송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안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의 갈등 역시 증폭되고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대통령이 5명의 방통위 위원 전원을 직접 임명하는 것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하며 방통위 설립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방통융합추진위는 15일 회의를 열고 공청회 등에 대한 의견수렴을 토대로 최종 입장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고, 정부 역시 추진위 안을 감안해 최종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최종안에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유홍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위원 전원을 임명할 경우 성공적 운영을 기대하기 곤란하다”며 “국회에 의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의원 일정 수를 국회가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미화 변호사도 “대통령의 위원 전원 임명방식은 대통령의 자의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독립성과 공정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학진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사무국장은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전체 위원 5명 중 2명을 야당에서 추천하도록 한다든지 학계나 시민단체의 추천절차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규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한다고 공익성을 담보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오히려 대통령의 직접 임명으로 행정의 책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위원 전부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기존 방송위원처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것도 현행 체제를 답습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정치적 독립이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앞서 방송위 노조는 “국조실의 방통위 설치법안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공익성을 강화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무시했다”며 방통위 설치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언론ㆍ시민단체로 구성된 ‘시청자 주권을 위한 방송통신융합공동대책위원회’도 공청회가 열린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 논의와 일방적 위원회 구성 반대, 정통부와 방송위의 기계적 통합에 따른 소관업무 비대화 지적 등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료적 독선을 보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