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택구입 때 자금계획까지 내야 하나

정부는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18평 초과 6억원이 넘는 주택을 살 때는 자금조달계획 신고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또 마련했다. 현재 주택거래 신고지역은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22개 지역이다. 주택거래 신고지역이 아니더라도 6억원 이상 나가는 집이 많은 데 이 지역만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하도록 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규제중심의 부동산대책이 낳은 또 하나의 과잉 규제다. 어떤 정책이나 힘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규제가 규제를 낳는다. 전형적인 예가 바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다. 온통 규제 판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세금을 많이 부담 시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각종 규제를 양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규제는 부작용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전셋값 폭등에 구하기도 힘든 전세대란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한국에선, 특히 주택거래신고지역에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은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6억원을 기준으로 한 규제만도 종합부동산세ㆍ양도소득세, 이번에 새로 등장하게 된 자금조달계획신고에 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및 담보인정비률 인정 40% 제한이란 금융규제에 이르기까지 10개가 넘는다. 6억원이란 집 값은 각종 규제를 낳은 ‘도깨비 방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6억원이란 주택 관련 세법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숫자가 등장한 것은 1999년 9월이다. 1가구 1주택이라도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기준으로 등장했고 올 1월부터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면서 온갖 종류의 규제가 마련되고 있다. 판교 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덩달아 뛰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일조를 했으면서 7년이나 묵은 6억원이란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봐 내년엔 6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 6억원이란 기준의 적정 여부도 문제이지만 각종 규제로 재산권 침해와 차별 받는 국민을 양산하는 규제중심의 부동산대책은 재검토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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