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그린스펀은 주식시장에 선물을 하나 줬다. 그는 미국경제가 적절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인플레도 잘 통제되고 있다고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발표했다.
왜 그린스펀의 발언은 중요한가. 최근 시장은 미국경제의 저성장 가능성과 인플레 상승 압력이라는 두가지의 상반된 개념속에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시장은 미국 10년만기 국공채 수익률이 4% 미만으로 하락한 것이 향후 미국경제성장의 둔화를 반영한다면서 불안해 했다.
그런데 그린스펀은 미국 장기채수익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경제성장 둔화 보다는 다른 이유들, 예컨대 인플레가 잘 통제되고 있는 점과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채권을 대량 매입한 결과에 더 큰 점수를 줬다.
그린스펀 본인도 정확하게 왜 장기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내년 퇴임을 앞두고 낙관적인 해석을 하고 싶어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그린스펀의 발언은 미국경제가 여전히 양호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 미국증시 뿐만 아니라 국내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인플레와 관련해서도 그린스펀은 미국 인플레가 대체로 잘 통제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물론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미국 노동비용도 예전보다 상승하고 있어 인플레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시인했다. 그렇지만 인플레 상승 압력이 심각하지 않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추진하는 금리인상 스케줄이 이런 인플레 압력을 사전에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장에 전달했다.
금리의 조기종결에 대한 기대를 했던 투자가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으나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시장의 안정에 기여한다. 결국 그린스펀의 발언은 ‘양호한 경제성장’과 ‘통제 가능한 인플레’ 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결과를 낳았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미국증시의 긍정적인 흐름이 조금 더 연장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증시도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금주에는 종합지수 1,000 포인트를 재시도 하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