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각오로 회원사 자정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경쟁력을 강화해 업체 모두가 생존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3선 불가라는 '회장 임기규약'에 따라 두번째이자 마지막인 임기를 1년여 남겨놓은 이순범(사진)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소위 '휴대폰회사', '페이퍼(Paper)회사'로 불리우는 유령회사들의 대폭 정리를 선언해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이 회장은 "닉찰율을 높이려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 4~5개를 거느리고 입찰에 참여하는 일부 유령회사들로 인해 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거나 회원사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근본적 수술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123개 업체의 면허를 반납받는 등 모두 571개의 부실업체를 적발해 행정조치에 들어가는 초강수를 거듭했다.
하지만 이회장은 전문건설업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협회 차원의 노력과 함께 복권당첨방식의 현재의 '적격심사낙찰제도'를 보완하는 등 정부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결국 자정운동을 통한 내부 단속과 정부의 환경조성이 맞물려야 경기도 전문건설업계의 미래를 담보할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회원사들의 경쟁력 때문에 말못할 고민을 하고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에서 각종 대형공사가 발주되면서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중앙 업체들이 싹쓸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회원사들이 29개 전문건설분야 가운데 토목 등은 전국 어느 업체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형업체들의 저가공세에는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수주실적을 보면 경기도내 4,400여 전문건설업체가 4조3,177억원의 공사를 시행했으나 원도급 공사율은 전년도 보다도 1.4% 줄어든 31.6%로 하도급이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중앙업체들은 낙찰받은 대형공사 가운데 하도급을 줘야하는 부분을 도내 업체보다는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에 주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어 도내 업체들의 활로가 없다"며 "대형업체들의 상도(商道)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도내 업체들은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도내에서 벌어지는 중앙업체의 건설현장을 구경하는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사회가 투명해지고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도내 공사는 도내 업체에 맡겨달라는 식의 우격다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지역 경제의 척도이자 서민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전문건설업체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업체들을 살리기 위한 정부차원의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