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의 문화사 와타나베 마사미외 지음/ 이마고 펴냄
한 세대전만 해도 `책 도둑질은 도둑질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음을 중장년층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책을 통해 뭔가 얻으려 한 열정을 사회가 범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관용해 온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타나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대항해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사건 역시 신에 대한 반역을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한 문화창조의 메커니즘으로 이해해 온 역사 인식과 함께 문화란 본질적으로 훔치는(모방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수천년의 인류역사 속에서 권력자의 재산을 가난한 민중에게 나눠준 수많은 의적을 통해 사람들은 이를 범죄행위라기 보다는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얻는 방편으로 받아들여 온 게 사실이다.
일본의 고치대학 교수 5명이 펴낸 이 책은 도둑질을 단순히 범죄행위로 보지 않고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적극적으로 파악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들은 도둑질의 사회적ㆍ문화적 의미를 논의하고 연구하기 위해 대학내 `도둑연구회`를 만들어 각자의 전공인 프랑스문학, 중국사, 영국문학, 민속학, 프랑스 중세사를 적극 활용해 `도둑행위`의 다양한 의미를 분석해 내고 있다. 이들은 먼저 의적, 여장도둑, 괴도 등 도둑의 종류를 설명하고 그 성격을 개괄하고, 도둑들은 조직을 형성하고 스스로를 직업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문화형성에도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강조한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