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30일] 거리로 내몰리는 중소기업들

[시론/4월 30일] 거리로 내몰리는 중소기업들 최용록(인하대 교수ㆍ국제통상학) 해마다 이맘때면 대학마다 학자금 동결을 둘러싼 시위가 한창이다.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이 등록금 산정에서 배제된 것은 잘못이라며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학사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에 까지 나와야 할 정도로 협상문화가 결렬된 현실도 안타깝거니와 무엇보다 대학의 주인 운운하는 학생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진정으로 대학을 사랑하는가이다. 일전에 이명박대통령의 머슴론이 공무원사회를 흔들어 놓은 적이 있다. 적지않은 공무원들이 머슴이라는 용어에 불만을 터뜨리며 1%에 불과한 잘못된 공무원들의 근무자세를 놓고 99%의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공무원도 만나 보았다. 주인과 머슴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학생들에게 가장 쉬운 구분법으로 빈 강의실이나 화장실의 전기불을 끄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단언한다. 주인은 모든 것이 내 것이니 더욱 아끼려는 마음이 강할 터이지만, 머슴이야 내 돈 아니니 밤새 켜있더라도 무슨 상관이랴는 적당한 타협주의와 무관심에서 그냥 지나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업단지 진입로에 박힌 잘못된 전신주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오기로 책임만 전가하다가 정작 일이 터지고서는 마지못해 지적된 그 전봇대 한 두 개쯤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소 주물업계가 또 파업국면에 직면해있다. 지속적인 원가상승 압박에 견디지 못해 벌써 두차례나 납품중단 사태로 대국민 시위를 선언한 중소업체들이 4월 21일부터 다시금 원청업체들과 납품가 인상에 협업적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밀가루나 철근과 같은 대기업형 원자재 공급업체야 협상없이도 원자재가 상승 압박을 일정부분 반영하여 원가 인상이 가능하지만, 그런 인상된 철근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주물업계의 고충이 다시금 극한에 달해 세 번째 납품중단을 고려하는 사태에 내몰리고 있다. 아스콘업계 역시 원자재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견디지 못하여 5월 6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며 이로 인해 현재 수도권의 고속도로와 지하철 건설 등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시위를 통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기 시작하였는지 시위를 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은 착잡하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해야하는 한계상황에 몰려 대국민에 대한 호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제도적 요인 역시 안타까움을 지나 분노에 까지 이르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에서부터 최근의 납품파동 직전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납품가 연동제를 통한 중소기업의 생존권 보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거듭되는 다양한 논의 속에 슬며시 이와 같은 납품가 연동제가 희석되는 것 같아 급기야 거래상대인 원청업자에게 하소연 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경제부처가 여럿이고 관계자도 많다보니 제각기 목소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시장기능을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대의명분에 밀려 납품가 연동제를 표준계약이나 가이드라인 정도를 강화하는 정도로 추진하되 납품가 연동을 반영하지 않는 원청기업들에게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사후구제책을 통해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적당한 정부기관간 타협이나 사후적 구제방식에 의해 지속적인 원자재 파동의 충격을 중소기업이 모두 해소할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 문제라 할 것이다. 다양한 정부 부처간 주도권 싸움도 하루 이틀이 아니요, 담당 공무원의 절충 노력도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그것도 정말 대기업과 같은 원청업자에게 단체행동으로 나서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후진적 현실에서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내 주머니와 관련된 직접적인 일이 아니라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에서 벗어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머슴은 섬기는 기회만으로도 권한을 잡은 듯 의식하기 쉽다. 반면에 진정한 주인은 섬기는 기회나 권한보다 섬김의 대상을 마음에서 보듬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답답하면 참여정부에서 조차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혁신을 외쳐대었을까? 공무원이 섬기는 국민이나 중소기업은 미친듯이 사랑하는 정부의 혁신적 자세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기능의 왜곡이라고 경제학의 기본 상식에 머물고 있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밀려 1984년에 만들어져 17번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하도급거래 만연한 하도급법의 문제점을 이제는 공정한 시장기능의 회복차원에서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청기업과 숨한번 제대로 쉴 수 없는 중소기업간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시장의 논리에만 맡기는 사이 한국의 중소기업 경쟁력은 극도로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IMF는 현재의 원자재 파동이 2010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모름지기 명함 하나 돌리며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공무원 사회의 풍토가 달라져 진정한 전문가로서의 주인의식을 갖는 섬김의 시대가 열리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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