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포스코는 안전한가?

최근 국내외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적대적 인수합병(M&A) 관련 메시지에 관심이 끌린다. 우선 국내의 경우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의 3대 주주로 떠오르며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외에서는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의 철강 업체인 미탈스틸이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기업이 있다. 바로 포스코다. 외국인 지분율이 얼라이언스캐피털매니지먼트(ACM)를 포함, 70%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높은 반면 국내 지분은 SK텔레콤의 2.85%가 최대일 정도로 취약한 지분구조가 M&A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포스코의 주식이 고루 분산돼 있고 뉴욕ㆍ런던ㆍ동경 증시에 상장돼 있어 주주의 이해가 다양하며 대다수 외국인 주주들은 경영권에는 관심없는 펀드들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또 포스코는 구미의 기업들과는 기업 문화나 사회 정서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들며 안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국가적으로 큰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녹록할까. 주주들은 자신의 이해에 부합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돌아설 준비가 돼 있다. 한 예로 독일의 통신 업체 만네스만은 지난 99년 10월 영국의 보다폰에 적대적 M&A를 당한 바 있다. 당시 독일 정부는 ‘만네스만은 독일의 자존심’이라고까지 외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보다폰의 치밀한 전략에 두 손을 들고 만다. 포스코의 가시적 위협이 되고 있는 인도 태생의 미탈스틸의 라크슈미 미탈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미국ㆍ중남미ㆍ유럽ㆍ중국 등 6개 지역 14개 국가에서 철강사를 인수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기업문화와 사회 정서의 차이 또한 적절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 현재 아르셀로 인수 건은 아르셀로 귀 돌레 회장의 “인도인 약탈자에게 인수당하는 것은 수치”라는 발언으로 룩셈부르크ㆍ프랑스ㆍ인도 정부간 정치적, 감정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어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인수 시도의 성패와 관계없이 미탈스틸의 M&A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음 인수 대상으로 세계 3위ㆍ4위ㆍ5위를 차지하는 일본의 NSC와 JFE, 한국의 포스코가 지목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적대적 M&A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개방 경제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외국인 자본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그동안 민영화 기업의 우호적 지분 확보에 대해 정부나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민영화된 공기업의 적대적 M&A 위협은 정부가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대적 M&A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물론, 민영화한 이후에도 적대적 M&A 방어책 마련을 방해해왔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영진이 해외 주주의 압력에 대해 호소할 때나 해외 주주의 M&A 압력에 이기지 못해 주주가치경영을 할 때도 정부는 오히려 경영진이 주주의 눈치만 본다고 비난해왔다. 게다가 해외 주주의 압력에 굴복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뛰어난 경영 실적을 보여준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영진을 별다른 이유 없이 교체하기도 했다. 또 경영권 안정을 위해 SK텔레콤, 신일본제철 등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호적 지분을 확보한 경영자를 자신들의 철옹성을 쌓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10여년간 이같이 경영권 보호 노력을 방해한 정부가 이제는 적대적 M&A 위협의 책임과 대책을 다시 민영화한 공기업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철강ㆍ석유ㆍ통신기업들은 적대적 M&A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이들 기업들이 우호적 지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내부적으로 경영권을 안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정부에서도 독약조항(Poison Pill) 허용,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운영,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을 통해 민영화한 기업이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 국가 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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