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반대로 입법화까진 진통 클듯 <br> 정부도 국제신인도 하락등 우려‘고심’
“노사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그러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 로드맵)의 핵심의제가 개선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유예될 경우 노사 로드맵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노사 로드맵의 최대 쟁점이었던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다시 5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노ㆍ정 정면 충돌의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는 15년째 제자리 걸음에 그칠 것으로 보여 사회적 비용 증가와 국제신인도 하락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민주노총이 일부 쟁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여 입법화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노사 “명분보다 실익”=한국노총은 부산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총회까지 거부하며 협상불참을 시사하다 정부를 제쳐두고 경영계와 극적 타협을 이뤄냈다. 한국노총이 복수노조로 인해 생길 산업현장의 혼란을 두려워하는 경영계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맞바꾸자 시한폭탄을 안은 것처럼 위기감이 고조돼온 협상장 분위기는 일거에 반전됐다.
민주노총이 비록 남아있지만 정부가 노사 자율합의안을 받아들일 경우 노사 로드맵을 둘러싼 갈등은 일거에 해소되게 됐다. 이처럼 절충안이 마련된 것은 노사 모두 서로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소기업 노조가 많은 한국노총은 내년부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조직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용득 위원장으로서는 조직의 사활을 걸고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그는 부산 ILO 총회기간 정부와는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난 1일 경영계에 최종안을 던졌고 경제5단체가 긴급회동한 뒤 이를 수용했다.
경영계는 ‘한국 노사관계 불안의 근본원인’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온 노조 전임자 문제까지 포기하고 복수노조 금지를 받아들였다. 경영계는 대공장을 중심으로 산별노조가 출범하는 마당에 복수노조까지 허용될 경우 무노조 또는 노조세가 약한 사업장까지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번 절충으로 무마시킬 수 있게 됐다.
◇정부 “고민 되네”=노사 로드맵의 핵심조항인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를 또다시 5년 유예하자는 노사합의에 대해 노동부는 즉답을 피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국제기구들과의 약속인 노사 로드맵 문제를 실질적 진전 없이 그냥 덮어 버리자는 노사의 제안을 무작정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
정부가 5년 유예안을 받아들일 경우 노사관계 개선은 실질적인 성과 없이 묻혀버리게 된다. 또 앞으로 노사정관계에서 정부의 주도권도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노사합의한을 정부가 거부할 경우 야기될 사회적 혼란과 사회적 대화를 파탄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부담감을 감당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