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서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급등세와 이슬람교의 금식월인 '라마단'이 맞물리면서 육류를 중심으로 한 식품가격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 국가들에서 올 여름 급등한 육류 가격이 라마단을 거치면서 상승폭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마단은 이슬람권 최대의 소비시즌으로 소와 양 등 육류 판매가 급증해 가격을 끌어올리지만 올해는 공급부족 때문에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육류가격이 지난 여름에 이미 33% 가량 올랐다. 중동 지역의 육류 수급상황이 이처럼 악화된 원인은 글로벌 곡물수급의 불균형에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러시아가 곡물수출 중단을 단행하자 중동 지역내 최대 곡물 수입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 사료가격이 크게 뛰어 가축 생산비용의 급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사우디에서는 양과 염소의 사료인 보리의 가격이 최근 두 배로 뛰었다.
소와 양 등의 주요 공급처인 호주와 남미에서도 올해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호주육우협회의 바레인 지부는 "중동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양고기의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육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이 오는 11일 라마단을 끝낸 뒤에도 올해 말까지 이슬람권의 주요 명절들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경우 현재 식품가격 상승률이 18.5%(연율기준)에 달한다. 방크사우디프란시의 존 스파키아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식품가격 상승은 우리가 올해 겪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다"고 말했다. FT는 "중동에서도 식품가격 상승이 가시화하면서 전세계에서 애그플레이션 발생의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