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은 부모나 친지의 권유로 처음 술을 배우는 등 가정 내에서 청소년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의대 소아청소년과 박상희 교수팀은 홍익병원 소아청소년과와 공동으로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서울지역 중ㆍ고생 1,034명(남 747명, 여 287명)을 대상으로 음주율을 조사한 결과 48.2%(남 52.1%, 여 38%)가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처음 술을 권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친구'라는 응답자가 4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모와 친척이 처음 술을 권했다는 응답자가 각각 30.1%와 11.6%에 달해 청소년 음주경험자의 40% 가량은 가정 내에서 술을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제사나 차례 등으로 술을 마신 경우는 음주로 포함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부모가 청소년 음주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박상희 교수는 "청소년이 부모나 친지와 함께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없지만 집이나 식당에서 같이 술을 먹는 경우는 적지 않다"며 "이는 '술은 부모에게 배워야 한다'는 우리사회의 술에 대한 그릇된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녀에게 술을 권하는 풍습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대한소아과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한편 이와는 달리 담배를 권한 부모는 한명도 없어 부모들이 흡연에 대한 거부감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중ㆍ고생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경험 학생은 442명으로 29.2%에 달했다. 처음 담배를 권한 사람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친구라는 응답이 83%로 가장 많았고, 선후배(10%)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