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금리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해 일본 재정이 파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4월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 이후 일본 국채금리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달하는 일본 입장에서 국채금리의 상승은 이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풍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가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올해 들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엔저 현상이 이번 상황을 계기로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근거가 약하다고 강조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00.77엔으로 거래됐다.일본 증시 '대폭락'이 발생한 지난달 23일 이전(103.53엔)보다 2.76엔(-2.67%) 내린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성급한 판단이라며 달러.엔 환율도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는 엔저 진행 속도가 워낙 빨랐던 만큼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유현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달러·엔 환율은 이미 5월 초부터 조정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일부는 오히려 일본증시 폭락 이후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했다.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이 우려할 만큼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 선임연구원은 "위험성 있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발표 시점으로부터 한 분기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선임연구원도 "최근 엔저 모멘텀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엔이 103엔에서 100엔으로 떨어졌다고 실패라 생각하긴 힘들다"면서 "경제정책의 성패를 몇 분기 안에 판단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채금리 상승은 양적완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주류 경제학자 입장에선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최근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이 강하게 대두된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기보다는 실패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고, 이 연구원도 "잘 안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나쁘게 보는 목소리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입물가가 작년 동기대비 10% 이상 올랐다는데 2005년 이후 5번째 있는 흔한 상황이고, 국채금리 상승도 실제 일본정부가 추가 부담하게 될 이자비용을 계산해 보면 감당 못할 금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과 정부는 현재의 양적완화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정책을 변경하게 된다면 완화보다는 강공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서 선임연구원은 "아베노믹스는 이제 초입인 만큼 정책에 부족한 면이 있다면 (완화보다는) 강화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내년 4월 소비세 인상 전까지 경기회복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가 일시적인 조정을 받는 국면 정도이지 좌초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일본의 제도적 안정성을 생각해보면 재정과 통화당국의 협업을 통해 감내할 수준의 위기"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