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헷갈리는 법원 판결

서울고등법원이 14일 상지대 재단이 ‘임시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옛 재단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학내 문제로 파행 운영되는 사학이라 하더라도 학교에 파견된 관선 이사의 권한은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98년 상문고 재단이 낸 비슷한 소송에서 ‘사립학교법에 (정이사 선임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고 학교법인의 설립자라는 용어가 없기’ 때문에 설립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법적으로 부당한 일을 저질러 구속 등의 형을 받은 경우라면 설립자의 지위를 대신해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사실상’ 선임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사학들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다소 무리한 점이 있다며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상고심에서는 당초의 입장이 재관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지금부터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사립학교법은 임시이사들의 사실상의 정이사 선임권한을 ‘관할청’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관할청은…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되었다고 인정한 때에는…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이사를 선임해야 한다(제25조의3)’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재산을 출연하거나 학교발전에 기여한 자 및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의견을 들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여기서 ‘관할청’이란 통상적으로 대학들의 경우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초중등학교의 경우에는 ‘해당 교육청’이 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해석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외부이사(개방형 이사) 도입과 그 비율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때 ‘학교 정상화’의 골자인 정이사 선임권한은 슬그머니 행정 당국으로 이관돼버린 것이다. 비록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단서를 달았지만 이 규정이 사학 법인들에 대한 새로운 ‘관치(官治)’를 불러오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는 7월부터 개정 사학법이 시행되면 이사의 4분의1이 특정 단체 출신으로 채워진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사학들로서는 이사선임 권한을 ‘관할청’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진정으로 사학발전을 위한 길인지 먼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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