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투자 업계의 '금리+α' 수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시중자금의 자본시장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투자 업계 역시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익을 제공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과거 거의 다루지 않았던 환매조건부채권(RP),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을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편입하는 등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에 국내 자본시장 역시 '진검승부'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기존에는 금리가 낮아 외면해왔던 RP와 ABSTB,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투자대상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최근 '신영마라톤40채권혼합펀드'를 비롯한 자사 펀드에 투자대상으로 환매조건부매수를 포함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한국투자적립식펀드' 등 상당수 펀드 바스켓에 RP를 담았다. 이외에 알리안츠자산운용이 '알리안츠유럽배당펀드' 바스켓에 RP와 CD를 투자대상 자산으로 추가했으며 KDB자산운용도 'KDB코리아인덱스소득공제펀드'에 RP를 담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에서 제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를 자제시키고 있는 데 있지만 펀드 수익 측면에서 보자면 이들 단기상품이 제시하는 금리가 기존의 콜 차입이나 은행 예금 등과 비교해 높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금리인하 전 3~6일 약정 개인RP 금리는 1.50%였으며 NH투자증권는 30일 이내 자유형 개인RP 금리가 1.60%였다. 이에 비해 지난 11일 기준 콜 금리는 1.45%였다. ABSTB나 CD의 경우에는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RP나 ABSTB까지 투자대상에 운용할 필요가 없었다"며 "콜 차입 제한이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RP나 ABSTB의 금리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투자대상에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플러스 α' 수익을 원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특판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연 3%의 금리를 제공하는 3개월 만기 특판RP를, 대신증권은 연금저축계좌를 자사로 이전해오거나 신규로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연 3.75%(3개월)의 이자를 지급하는 특판RP를 판매하고 있다. 또 동부증권은 코스피200지수 하락폭이 50%를 넘지 않으면 연 3.75%의 수익을 지급하는 '동부마이퍼스트해피플러스주가연계증권(ELS)'을 내놓았으며 매주 연 3.5% 금리의 특판RP도 판매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판상품은 일회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의 저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을 끌어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런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유입된다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도 보다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가 계속된다면 다양성이 부족한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보험 등에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만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자사의 장점을 살려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이 뻔한 상황에서 증권사와 운용사마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예전에는 각 매니저들의 운용능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업체의 역량이 평가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개별 국가 펀드 상품에서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으로 회사의 주력을 옮기고 있고 이머징마켓에 강점을 가진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전 세계 특정업종 대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섹터펀드 등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려고 하고 있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부 부장은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지급하기 힘들어졌지만 은행 예금금리도 하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금은 최대한 보장하면서 알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의 선호 현상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해외 지수에서 수익이 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와 같은 구조화 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