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금융시장 해외변수 주시해야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각국의 증시가 비틀거리고 있지만 연초 환율과 금리 등 국내 금융 변수는 예상보다 편안한 모습이다.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금리 인하로 달러화 약세가 진전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평균보다 높은 940~9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과 채권시장에 몰려들었던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인해 높은 금리와 더불어 불안한 양상을 보였던 자금시장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문제는 상황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먼저 원ㆍ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인으로 최근의 국제수지 악화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자본이 우리나라에서 사들였던 주식을 털고 나가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들 수 있다. 즉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로 미국 금융주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위험(risk) 요인이 부각되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원유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의 투자 비중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글로벌 주식시장이 현재와 같은 격심한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나갈 조짐을 보일 경우 외국인 자금이 다시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도 있고 2%포인트가 넘는 미국의 큰 폭의 금리인하로 향후 달러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원화 강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의 금리 안정은 은행들의 적극적인 예금 유치노력과 함께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다시 몰리고 재정차익거래를 노린 외국자금 유입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내외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갈 경우 주식시장으로 국내자금이 다시 몰리고 국내 채권시장 내 비중이 높아진 외국인투자자금이 다시 주식 쪽으로 재조정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자금흐름 변화와 최근의 인플레 압력이 맞물릴 경우 다시 금리가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요약하면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안정세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인한 전세계적 주식시장 불안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평안한 겉모습과 달리 이면의 배경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당장 불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환율과 금리를 중심으로 한 우리 나라 금융시장 상황은 불안해질 수도 있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최근 미국ㆍ영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하 추세에 발맞춰 우리도 금리인하를 단행하자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당장 실시할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4%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는데다 미국의 금융시장과 달리 우리나라의 신용경색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가 불안이 잦아들면서 원화 강세가 재개되고 채권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에도 금융시장 불안 우려는 남는다.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금리인하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리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유동성 추이와 세계 경제의 거품 재발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 해결을 위해 유동성을 푼 것이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을 낳았고 IT 버블 붕괴 수습 과정에서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 것이 지금 문제시되는 2000년대 중반의 세계 경제 거품을 초래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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