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강의노트] 금리인하가 실물경제 미치는 영향

돈 공급늘어 민간투자·소비 촉진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로지역 등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연방기금(federal fund) 금리를 올 1월초 6.5%수준에서 9차례나 인하함으로써 현재 2.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콜금리를 올 2월초 5.5%에서 현재 4.0%로 네차례에 걸쳐 1.5%포인트 인하했다. 이러한 금리 인하는 금리채널, 환율채널, 주식 및 부동산 등 여타 자산가격채널, 신용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첫째,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으로서 가장 전통적인 금리채널은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공채 등을 매입하고 현금을 지급할 경우 통화공급 증가→금리하락→투자 및 소비 증가→명목지출(소득)이 증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입을 통해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면 명목금리가 하락하는데 단기적으로 임금이나 물가는 떨어지지 않아 실질금리도 하락한다. 이에 이자비용이 줄면서 기업의 고정투자와 가계의 주택 및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촉진되어 총수요의 증가를 가져온다. 둘째,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됨에 따라 환율이 수출 및 수입에 미치는 효과를 통한 통화정책의 파급메커니즘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국내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원화예금 수익률이 외화예금 수익률보다 낮아져 원화의 대외가치(환율)가 하락(상승)하게 된다. 환율의 상승은 국내재화의 가격을 외국재화의 가격보다 싸게 만들어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함으로써 총수요를 증가시키게 된다. 셋째, 통화정책은 주식, 부동산, 자본재, 내구소비재 등 전반적인 자산의 상대가격과 실질적인 부(wealth)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통화공급 증가→주가 또는 주택가격 상승→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자본의 대체비용)상승→기업의 고정투자 또는 주택건설투자 증가→총수요 증가, 그리고 통화공급 증가→주가, 부동산 등 재산가격 상승→개인의 부(wealth) 증가→소비 증가→총수요 증가 경로를 따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차입자와 대부자(은행 등)간의 비대칭적인 정보 등 불완전 금융(신용)시장으로 인한 은행신용채널과 대차대조표(자산-부채)채널이 존재한다. 은행신용채널은 은행이 금융시스템에서 중소기업 등 특정부류의 차입자에 대하여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통화공급 증가→은행예금증가→은행 대출 및 보증 증가→투자 및 소비 증가→총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동안 금융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대출 및 보증시장에서 은행의 특별한 역할이 점차 축소됨에 따라 최근들어 이러한 채널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해 다소 감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차대조표 채널은 기업 및 개인의 순부(net wealth)의 변동을 통하여 작동한다.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기업 및 가계의 대차대조표(순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통화공급 증가→주가 상승→기업 및 개인의 순부(담보가치) 상승→대출 증가→투자 증가→총수요 증가, 또는 통화공급 증가→금리하락→현금플로(이윤)개선→대출 증가→투자 증가→총수요가 증가하는 경로 등을 들 수 있다. ◇유동성 함정 논란 명목금리가 0이거나 매우 낮은 수준에 있는 불황기에 통화정책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론적으로 통화수요의 금리탄력성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케인지안 견해와 통화주의자의 견해로 구분된다. 우선 케인지안 견해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국공채의 매입을 통하여 본원통화를 확대공급할 경우 민간경제주체들이 단순히 본원통화를 더 많이 보유함으로써 광의의 통화, 금리, 산출, 물가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명목금리가 0이거나 매우 낮은 수준(케인즈에 따르면 2%이하)에 있을 경우 통화와 채권을 1대 1 교환이 가능한 완전대체재(perfect substitute)로 간주함으로써 통화량이 아무리 늘더라도 경제주체들이 그대로 현금으로 보유하려고 해 금리는 변동하지 않는 상황(통화수요의 금리탄력성이 무한대)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통화주의자 견해에 따르면 통화공급이 증가할 경우 민간경제주체들의 포트폴리오가 변화하고 다양한 금융 및 실물자산의 상대적 수익률이 변동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가계 및 기업의 통화수요가 단기채권뿐만 아니라 장기채권, 외환,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금융 및 실물자산의 수익률에도 의존하므로 통화량이 늘면 금리는 어느 정도 떨어진다고(통화수요의 금리탄력성이 무한대가 아님)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유동성함정을 인정하는 케인지안이나 유동성함정을 부인하는 통화주의자도 통화정책이 장기채권, 외환 등의 불확실한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낮은 금리하에서 통화정책이 유효한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문제로 남아있어 중요한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 /서병한<한국은행 특별연구실 선임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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