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외환관리] <5> 강화되는 美 보호무역정책

'中· EU 때리기' 부메랑 우려<br>"고정환율 위앤탓 무역적자 심화" 中제재 추진<br>"에어버스 보조금 지급말라" EU와는 공중전<br>美 통상전쟁 확대, 세계경제 발목 잡을수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시장경제를 부르짖어왔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다른 나라에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보호무역은 당장은 미국경제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세계경제를 위축시켜 악영향이 미국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전선(戰線)은 아시아의 중국에서 유럽연합(EU)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1 타깃은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의류와 섬유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보다 강도가 센 반덤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위앤화 평가절상을 중국정부가 기업들에 선사하는 ‘수출보조금’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고율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법안이 의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EU와는 항공기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 EU가 부당하게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항공산업의 자존심인 보잉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WTO 제소도 불사할 것이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달러약세가 진행되면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부시 행정부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중국과 EU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으로 통상정책을 강경하게 끌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허울 좋은 자유주의 경제 구호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중국 등 세계경제 주체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가상 무역 적국(敵國)=지난 4월27일(현지시간) 미 연방 순회법원인 항소법원의 최종 결정이 보호무역으로 빠르게 궤도 수정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의회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항소법원은 4개월 전 중국산 섬유와 의류제품에 대해 내렸던 세이프가드 발동금지 임시명령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시장파괴 위협’을 근거로 대중국 세이프가드 발동을 줄기차게 진행해온 부시 행정부와 의회가 보호무역으로 급선회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미 지난달 행정부가 세이프가드 개시를 위한 조치에 착수했고 이르면 이달 말과 7월 말 중 중국 섬유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수입제한 조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록 항공기 보조금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빚고는 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EU와 공동전선을 구축, 중국 옥죄기를 강화하는 한편 일방적인 보호무역 정책의 비판도 피해간다는 전략이다. ◇고정환율 위앤화도 수출보조금 규정=미 상원은 중국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위앤화 평가절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27.5%의 고율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입법화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2월에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610억달러를 기록한 것에서 여실히 나타난 것처럼 미 무역적자의 깊은 뿌리는 중국의 고정환율제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행정부는 중국 위앤화가 시장가치보다 많게는 40% 가량 평가절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정부가 기업들에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수출보조금으로 작용, 미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사상 최대에 달한 무역적자의 원인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의회 내 일부 매파 의원들은 위앤화의 인위적 평가절하가 미국 제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며 미국과 IMF가 공동으로 경제제재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위앤화 평가절하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상품수입에 따른 무역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국가간 무역마찰을 무릅쓰고서라도 강경한 통상정책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EU와의 공중전=중국에 대한 보호무역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은 다른 국가에 대한 통상정책도 거칠게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EU에 대한 항공기 보조금 철폐 요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90년대 초반 세계시장 점유율이 30%에 그쳤던 유럽의 에어버스가 2003년 전세계 항공산업의 터줏대감인 보잉을 제치고 세계 1위 회사로 부상한 것은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원 때문이라는 것. 미국은 에어버스가 최근 수 년간 새로운 항공기 라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초기원조 형태로 150억달러를 지원받았으며 A380 슈퍼점보 여객기에만 60억달러의 자금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공군복을 입고 보잉사 본사에서 보잉 항공기를 배경으로 EU국가들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강경한 통상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불균형 시정을 내셀?추진하고 있는 보호무역 정책이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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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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