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경제와 고용에 대해 낙관론을 펴면서 올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연준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인상시기에 대한 명확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9월이냐' '12월이냐'를 놓고 격론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물가 등 추가 경제지표가 연준의 행동개시 시점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0~0.25%인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서 연준은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전과 같은 경기전망을 유지했다. 반면 고용ㆍ주택시장 호조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성명서는 "노동시장이 '약간(some)' 더 개선되고 물가가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까지 회복된다는 합리적 확신을 가진 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전 성명서와 달리 '약간'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짐 오설리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조금만 더 개선되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이라며 "9월까지 고용지표가 두 차례 더 나오는데 약간의 개선세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애널리스트도 "7월과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0만명씩 증가하고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연준은 '최근 몇 개월 동안 견고한 고용증가와 실업률 하락으로 노동시장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또 "올 들어 노동시장 유휴자원이 다소(somewhat) 감소하고 있다"는 기존의 성명서에서 '다소'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주택시장도 추가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번 성명서로 연준이 9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2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율이 유가 및 수입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와 근원물가지수는 지난 5월 전년 대비 각각 0.2%, 1.2% 오르는 데 그치며 연준 물가 목표치인 2%를 3년째 밑돌고 있다. 또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 수입물가가 더욱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연준 역시 이번에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이전의 문구를 삭제했다. 이날 CNBC 조사에 따르더라도 9월 인상을 전망한 전문가는 절반에 불과했다. 폴 젬스키 보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스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하락 위험을 지적한 것을 감안하면 9월에 금리를 인상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위한 발걸음을 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용·물가·임금 등이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어니어인베스트먼트의 채권 담당인 리처드 슬랜저 부대표는 "연준이 여전히 (금리 인상의) 문앞에 서 있으면서도 (시기에 대한) 카드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