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종이 치는 순간 축하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섬유쿼터제도가 끝난다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은 중국이라는 공룡의 부상으로 자국이 피해를 입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이는 섬유쿼터 폐지로 기대되는 혜택이 크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 73년 체결된 다자간섬유협정으로 미국과 유럽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섬유수입을 제한할 수 있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섬유쿼터로 인해 의류에 추가되는 비용은 20%에 이른다. 그렇다고 쿼터 폐지로 미국 소비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쿼터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최빈국들이었다. 이들은 쿼터제로 인해 섬유산업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일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각국의 우려가 커지자 중국정부는 섬유수출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또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막는 데 과연 효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이프가드 발동을 고려하고 있고 터키도 일부 중국산 품목에 쿼터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때문에 기업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공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수입업자들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잘못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직물의류협회의 르크옥 회장은 “베트남이 중국과 경쟁하기는 어렵지만 수입업자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한 곳에만 주문을 내지는 않기 때문에 베트남은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업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경우도 섬유쿼터 폐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로 지목되고 있지만 오히려 쿼터제 폐지로 제한이 사라진 방글라데시의 섬유업체들은 경쟁우위가 있는 품목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쿼터제 폐지의 승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고 정비를 새롭게 한 국가들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지형도 새롭게 그려질 것이다.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비용절감, 부패 척결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결코 개발도상국에 해가 될 일이 아니다. 쿼터 폐지로 미국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것이고 개발도상국의 근로자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