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4일] 금산분리 완화 '불안한 실험'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ㆍ지주회사 요건 완화작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완화는 산업자본이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은행에 대한 지분투자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다. 금산분리 완화 주장은 우리금융 등의 금융회사 민영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인수 금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만큼 외국자본을 빼고는 국내에서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금융자본에 넘기느니 국내자본이 인수할 수 있도록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 돈(예금)을 맡아 운용하는 은행이 대기업 그룹의 사금고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ㆍ영국 등 금융 선진국은 물론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감안해 비금융 자본의 은행 진출을 법으로 막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지지자들은 분리 완화에 따른 성공적인 모델로 미국의 GE를 꼽는다. 하지만 GE는 은행이 아니라 대부업체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부업체는 누구라도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정부는 비금융지주회사가 보험 등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업과 제조업을 모두 영위하는 대기업그룹이 현재 체제에서도 손쉽게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금융정책에 무작정 제동을 걸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길을 가기로 작정한 만큼 거센 비판은 불가피하다. 비판론에도 일리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입안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허용하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방화벽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대차에 이어 터진 삼성 비자금 사태가 증명하듯 아무리 그럴듯한 감시ㆍ처벌법을 만든다 해도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투명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금산분리 완화는 성공하기 힘들다. 법과 문화를 동시에 선진화시켜나갈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