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하와이에서 진행 중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1,000만달러의 소녀 골퍼’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의 4년째 출전으로 더욱 낯익게 된 대회다. 성벽(性壁)을 뛰어넘겠다는 미셸 위의 도전은 이번에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또 다른 값진 도전에 관한 사연이 미셸에 가려질 뻔했다. 47세4개월의 나이로 PGA투어에 데뷔한 캐나다 출신의 짐 러틀리지라는 선수가 그 주인공. 얼굴의 주름과 희끗희끗한 머리는 ‘새내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기만 하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28년이 된 그는 남들이 시니어 무대를 준비할 나이에 이제 막 정규멤버로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같은 대회에 출전한 18세 미셸이나 올해 최연소 투어 멤버인 재미교포 앤서니 김(21)과 비교하면 아버지뻘이다. PGA투어 역사상 그보다 나이가 많았던 신인은 96년 데뷔한 앨런 도일(당시 47세5개월)뿐이다.
마침내 꿈의 무대를 밟은 그의 과거는 고단하고 불운했던 여정이었다. 78년 캐나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1승을 기록하는 등 통산 6승을 올리며 PGA투어 진출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갑작스런 슬럼프에 빠져 타향인 유럽과 아시아 투어를 10여년 동안 전전해야 했다.
80년대 중반 PGA투어 등용문인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해 최종예선까지 올랐지만 대회 직전 왼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꼬인 탓인지 Q스쿨에서 무려 13번이나 고배를 들었다. 4년 전에는 아내마저 유방암 판정을 받았으나 그의 의지는 꺾일 줄 몰랐다. 2001년 미국 PGA 2부투어 Q스쿨에 합격하고 6년간 실력을 쌓은 뒤 지난해 2부투어 상금랭킹 14위에 올라 비로소 정규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USA투데이는 러틀리지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너무 늦은 출발은 없다’는 제목을 붙였다. 러틀리지는 “나는 다른 루키들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점차 앞으로 전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대하게 세워놓았던 새해 작심과 소망이 벌써 흐트러졌다며 스스로 실망하기 쉬운 시기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중요한 건 출발과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