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블루오션으로 눈 돌려라

안길수 기자 <생활산업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재개점을 두 달여 앞둔 요즘 패션업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신세계가 본점 리뉴얼 오픈을 위해 패션 브랜드들의 입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 사이에 끼여 패션업체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는 것. 한 중견 패션업계 관계자는 20일 “신세계 재개점을 앞두고 롯데백화점측으로부터 신세계에 입점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라는 ‘뉘앙스’가 섞인 경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롯데보다 더 큰 평수의 매장을 보장해줄 테니 신세계 매장의 인테리어와 시설을 (롯데보다) 고급스럽게 준비하고 신세계만을 위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라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이 새로운 지역에 신규 오픈할 때마다 경쟁업체간에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일의 경우 명동상권을 놓고 양사의 숙원사업인 본점 재개점이라는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자존심을 건 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백화점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일종의 보복을 받게 된다”면서 “한두 번도 아니고 백화점 오픈 때마다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데 솔직히 매장을 철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두 업체가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양측의 오너 경영자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신영자 롯데백화점 부사장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3월 롯데 명품관 애비뉴엘을 오픈할 당시 신세계 이 회장이 매장을 둘러본 후 ‘특별한 게 없다’고 혹평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전해지자 이에 신 부사장이 격노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와 신세계의 ‘결투’ 속에서 입점업체의 권리와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택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백화점이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서로 뺏어오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와 신규 상권을 개척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발상의 전환으로 고객이 모르던 시장,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창출하자는 ‘블루오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들이 ‘블루오션’으로 눈을 돌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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