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갤러리 25돌 기념 김홍주·정광호 초청 '자연'전
| 김홍주 ‘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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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호 ‘항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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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가 EH 곰브리치는 저서 ‘예술과 환영’에서 “인간의 인식에 의해 예술이 변하고, 예술성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시각적 착시, 즉 어떻게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회화작가 김홍주와 조각가 정광호의 공통분모는 이처럼 이미지와 실재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에게 예술의 본질은 자연”이라는 이들이 가나아트갤러리 25주년 기획전 ‘Natura(자연)’전에 함께 초청돼 견고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한국화단의 대표작가 김홍주는 세필로 촘촘하게 선을 그려 면을 채워간다. “가는 붓과 캔버스가 만나는 특유의 느낌이 좋다”며 1개월 이상 걸리는 작업에 시린 눈을 비벼가며 우직하게 매달린다. 나뭇잎과 꽃, 얼굴과 성산 일출봉 등 자연을 포착하지만 묘사하지 않고 심상만을 담아낸다.
가까이서 보면 섬세한 붓자국은 마치 촘촘한 솜털같고, 규정되지 않은 형태는 몽환적이다. 예전작이 강렬한 색감으로 사랑 받았다면 이번 전시에는 자연색이 주를 이룬다.
정광호는 회화 같으면서도 투명한 느낌을 주는, 조각 같지 않은 조각을 만들어 왔다. 조소를 전공했지만 회화에 대한 끝없는 갈등과 탐구, 매스와 볼륨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한 작가는 결국 ‘구리선’이란 재료를 택했다.
항아리의 빙열, 나뭇잎의 잎맥, 물고기 비늘 등을 얼개로 가볍고 일렁이는 느낌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대상(작품)과 배경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손으로 만지는 듯 눈으로 느끼는 공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시는 5월18일까지.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