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보유액 다시 위험수위(사설)

외환보유액이 두달째 줄어들어 지난 3월이후 다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9월말 외환보유액은 3백4억3천만달러로 7월의 3백36억7천만달러에서 두달새 32억4천만달러나 급감했다. 8월 한달에만 7억1천만달러가 줄었다. 지난 3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 경상수지적자 확대와 외자수입 부진 등으로 줄어든 외환보유액이 3월엔 최저로 내려갔다가 서서히 늘어났다. 그러다가 기아사태가 터지자 다시 감소로 돌아서 끝내는 위험선에까지 이르렀다. 외환보유액은 단기 외환부족사태나 극심한 환율 불안같은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대처 능력과 부채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대외신용도 평가자료로 활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은 3개월분 수입액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3백60억∼3백70억달러. 이 기준에 비하면 60억달러 정도 모자라는 것이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더 이를 것 없이 기아사태의 장기화 때문이다. 기아사태의 여파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했고 환율도 급등했다.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금융기관에 외화를 공급, 부족분을 메워줘야 했다. 또 경상수지 적자확대에 외자유입까지 안돼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보유외환을 풀어야 했다. 기아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금융부실화, 대외신용도 하락, 외자유입 부진, 외자유출, 환율폭등, 외환시장 불안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국제 환투기 세력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국이 낙관하듯 경상수지 적자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외자가 순조롭게 유입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환투기 표적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데 대응능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기아사태만 아니었다면, 또 길게 끌지 않고 조기에 해결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위험이다. 그러나 정부의 능력이 없어서인지, 의지가 없어서인지 기아사태는 더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회생이 늦어지는 것 뿐아니라 성장 잠재력까지 소진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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