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구조조정 명과 암] (5) 알짜사업 매각

대상(회장 고두모)은 요즘 사상 유례가 없는 대대적인 광고 이벤트 행사에 나서고 있다.「청정원 작은 정성 큰 나눔」이란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 행사는 연일 신문 지상과 방송을 장식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대상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 밀집 단지에서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자신의 소원을 엽서에 적어보낸 사람들을 추첨해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 이 이벤트성 행사의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할수 있는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대상이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남보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알짜배기 사업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대적인 계열사간 합병과 매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출수 있게됐다. 지난 3월 대상이 배합사료의 첨가제로 사용되는 라이신 사업부문을 독일 바스프(BASF)사에 매각키로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상당수 흘러나왔다. 대상의 라이신 사업 매출이 지난해 2,100억원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이란 점을 놓고 볼 때 이같은 우려섞인 해석도 나올만하다. 하지만 대상은 라이신 사업의 매각으로 기업 재무구조를 건실히 해 새로운 고부가 발효사업과 첨단 발효의약품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매각을 단행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탐을 내던 사업이었던 만큼 매각대금도 6억달러로 당시 최대규모의 자산 매각금액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대금은 불과 두달만에 모두 대상에 들어왔다. 대상은 이 라이신 사업의 매각재원을 바탕으로 한계사업 정리에 돌입했다. 우선 지난 10월1일부로 대상교역과 건설, 마티커, 음료 그리고 미란다 등 5개 계열사를 대상에 흡수 합병했다. 또 8월에는 금속가공 관련회사인 코파트(주)를 종업원분사제도를 도입해 사업권일체를 종업원출자회사에 넘긴데이어 계열사 합병이후 다시 계육사업 부문을 닭고기가공 전문 중소기업체인 대연식품으로 넘겼다. 원두커피사업부문은 종업원들이 출자한 (주)로즈버드커피(가칭)에 매각키로하고 이달중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대상의 계열사수는 올해초 20개에서 14개로 줄었으며 상호지급 보증액도 연초 5,100억원대에서 65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대상측은 내년말이면 지급 보증액이 전액 해소돼 선진국형 기업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상의 발빠른 구조조정의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대상의 매출은 5,955억원. 경상이익은 361억원, 순이익이 6,100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이 163%에 불과한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으로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상장사 협의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대상의 적정 현금 보유수준 초과금액은 7,44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60여개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최고의 여유현금 보유규모다. 대상은 이같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이 구상하는 사업 방향은 식품과 발효,전분당을 3대 주력사업으로 하는 세계적인 발효 전문기업. 이를위해 MSG공장 군산이전과 해외공장 증설, 제약과 발효사업 등에 오는 2,000년까지 3,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남보다 일찍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대상은 국내 재벌 그룹사들이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는 시점에 또 다시 한발 앞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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