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연설을 통해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먼에게 살해된 비무장 흑인 소년에 대한 '인종적 유대감'을 표시해 논란을 부추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살해된) 마틴이 35년 전 나였을 수도 있다"며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충격과 슬픔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지머먼 사건'으로 인종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가뜩이나 들끓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는 그의 연설 이후 인종 문제가 더욱 부각되며 사회 쟁점화하고 있다. 연설 직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오바마에 대한 지지와 비난이 잇따랐으며 지머먼의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연설을 '인종갈등'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지머먼 판결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위도 확산 일로에 있다. 시위는 20일 주말을 맞아 뉴욕과 워싱턴DC를 비롯해 마이애미ㆍ시카고ㆍ로스앤젤레스ㆍ뉴올리언스ㆍ내슈빌ㆍ보스턴 등 미국 내 주요 도시 100여곳으로 확대됐다. 시위대는 '(피해자) 트레이번에게 정의를'이라는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면서 지머먼을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정당방위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는 정당방위법 재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 산하 헌법ㆍ시민권ㆍ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인 딕 더빈(민주ㆍ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여름 휴회 직후인 오는 9월 정당방위법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당방위법은 '내 땅은 내가 지킨다'는 논리에서 출발해 개인의 살상무기 사용권한을 확대한 것으로 제정 당시부터 흑인이 피해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빈 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입안 과정에서 보수주의 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와 미국입법교류협회(ALEC)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명하고 정당방위의 법적 기준과 이 법안이 인종 문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면밀히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의회에 법안 개정을 공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