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소룡동 530-1에 위치한 큰길식품(대표 손진학)의 공장에 들어서면 여성근로자들의 빠른 손놀림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누구 하나 쉬는 사람없이 모두들 작업에 열중이다. 이 회사 종업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와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제품생산에 땀흘리고 있다. 사장은 물론 노조위원장도 함께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일손을 돕기도 한다.큰길식품은 「맛」과 「청결」을 중요시해야 하는 식품회사기 때문에 공장내부 또한 깔끔하게 잘 정리돼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30분 일찍 나와 작업장을 청소하고 작업이 끝나고 난 뒤에도 정리정돈을 잊지 않는다.
전국의 유원지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간이식품인 핫바, 어묵, 우동, 햄버거는 상당량이 큰길식품의 제품이다. 호남의 맛깔스런 음식솜씨에 배어있는 여성근로자들이 만들고 있어 제품의 맛과 품질도 일품이다.
큰길식품은 IMF한파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순탄한 항진뿐이다. IMF체제 이후 국내경제가 위기를 맞은데다 경기 또한 극심한 불황임에도 종업원수는 오히려 늘어났고 현재까지 1억5,000만원 가량의 흑자경영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만큼 경영능력과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큰길식품은 지난 85년 여행자들의 간편한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해 보자는 생각에서 전북 군산의 현위치에 공장을 짓고 출발했다. 현재 자본금 규모는 29억5,000만원이다. 설립 초기에는 1억원 정도의 매출에 불과했다. 그러나 10여년 동안 매년 5~15%씩 대기만성형의 꾸준한 성장으로 지난해는 177억3,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흑자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2억6,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큰길식품이 IMF한파에 흔들리지 않고 이처럼 순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품질경영과 인간존중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큰길식품의 노사동반자 관계는 지난 91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8년간 노사분규가 한 건도 없다는 데서 입증되고 있다. 임금교섭 횟수가 96년에는 6회였던 것이 지난해는 5회, 올해는 3회로 줄어들면서 노사관계가 점차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노사화합의 발전은 수차례에 걸쳐 노사간 화합결의를 다지며 노력한 흔적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6년4월 무한경쟁시대의 노사한마음을 결의한 이후 98년7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친 노사협력결의대회를 가진 바 있다.
이 회사는 특히 IMF경제위기를 맞아 위기극복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보였다. 올해 1월 노사공동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상여금 50%를 유보하는 대신 모두 연월차 휴가를 가되 각종 휴가 및 복지성 급여는 반납했다. 7월에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각각 실천과제를 정해 하나씩 실천해 가고 있다.
회사측은 생존경쟁력을 강화하고 인원감축에 앞서 경영합리화로 고용을 보장하고 투명경영과 기업윤리를 확립하는 것을 주요 실천과제로 꼽았다. 이에 노조측은 임·단협은 신속하게 타결하고 합리적인 노사관행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물론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직업윤리 확립 등에 나섰다. 식품회사인 만큼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예절의 5S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며 100원 절약운동과 잔반없는 날을 운영, 원가절감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이 회사는 매월 정기적으로 전사원이 참여하는 「사내발전협의회」를 열고 생산성 향상, 복지증진, 안전보건, 작업환경 개선 등 회사발전 전반에 대해 성심성의껏 협의하고 있다. 올 6월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사내발전분임조 규정」을 마련해 한가족·한마음으로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영에 신뢰성을 회복하고 노사협력의 탄탄한 기반조성을 위해 윤리규범을 제정, 시행해 오고있다.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거래처에 감사서신과 설문조사를 실시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으며 특히 거래은행과 납품대금 결제 대행계약을 체결해 협력업체들이 납품대금 수금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등 공정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큰길식품은 올해 단 한명만을 고용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3명을 신규채용, 고용안정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 고용을 창출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또 지난해말 원부자재 값이 50%가량 인상되고 국내 판매부진에 직면하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20% 원가절감과 30%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개인이 스스로 실천방안을 마련, 목표달성에 적극 노력해 왔다.
큰길식품이 순항을 계속하고 있는데는 품질경영을 강조하는 孫사장의 경영철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6년에 K.S.(한국산업규격)표시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ISO 9002 품질보증시스템 인증을 받았으며 특히 올해는 환경친화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ISO 14001 환경경영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큰길식품은 올해 조세의 날에 성실납세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아 투명경영의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큰길식품은 「비젼2000」계획을 통해 실버식품 등 신제품개발과 건강식품 기술력을 배양하고 해외영업에도 적극 도전, 세계를 대표하는 식품제조 전문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펼쳐보이고 있다.【군산=최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