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격랑의 게임산업] (상) M&A열풍

잇단 합종연횡 '지각변동 신호탄'<br>국내시장 포화상태·해외시장도 경쟁 심화<br>게이머 수준 높아져 개발리스크 갈수록 커<br>선두업체, 개발사 인수·지분투자 가속화 할듯


한국 게임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불며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T3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를 품에 안은 데 이어 드래곤플라이도 판타그램을 인수했다. 또 최근에는 NHN게임스가 웹젠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처럼 대규모 빅딜이 연이어 일어나자 전문가들은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울린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업체들의 활발한 게임 시장 진출도 게임업계 판도변화를 주도할 대외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의 현 주소와 향후 시장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치열해진 시장환경=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에 대적할 적수는 별로 없었다. 리니지, 포트리스 등 흥행작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엔젤투자자금도 몰려들었다. 해외 업체들은 국내 인기 게임의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한국업체 인수에 눈독을 들였다. 소프트뱅크의 그라비티 인수가 그랬고, 샨다의 액토즈소프트 인수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국내 시장엔 게임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해외업체들도 들어오면서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은 “시장 확장기 때는 게임회사가 다른 업체와 사업군이 겹치지 않아 생존율이 높았지만 성숙기로 접어든 지금의 시장 환경은 예전과 다르다”며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인데다 해외의 경우도 중국, 일본 등 메인 시장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사실상 신흥 시장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눈높이 높아진 게이머=시장 경쟁이 격화되자 게이머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시장에 널려 있어 게이머들은 게임이 조금만 불만족스러워도 선호하는 게임을 바꿔버린다.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영향도 컸다. 개발비만 수백억원 들어간 와우 수준의 게임을 요구하는 게이머들로 인해 업체들은 한 작품을 내는데 더 많은 개발비를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대작 게임의 개발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한빛소프트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도 야심작 ‘힐게이트런던’의 실패였다. 윤용화 CCR 팀장은 “수년에 걸쳐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간 게임이 시장에서 혹평을 받을 경우 회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며 “특히 최근 잇따른 M&A에 게임업체들은 숨을 죽이고 게임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테스트를 하는 것 조차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도변화의 시발점은 ‘살 섞기’=상황이 이렇자 게임 업계의 합종연횡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중소개발사의 경우 독자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연합군을 형성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예당온라인과 게임하이는 지난 해 대주주끼리 지분을 서로 교환했고, T3는 중국 업체인 더나인에 모회사 지분 10%를 넘겼다. 김유라 T3 이사는 “오디션 게임의 안정적인 중국 서비스를 원하는 더나인과 해외 시장 공략을 노리는 T3의 상호 이해가 맞아 떨어져 피를 섞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일렉트로닉아츠(EA)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여러 업체들이 지분 관계로 얽혀있다. 최현우 넥슨 팀장은 “드러나지 않는 작은 단위의 인수합병은 사실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수 많은 개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선두 게임 업체들은 앞으로도 실력 있는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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