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들끓던 물가상승 우려가 ‘적색경보’를 울리며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의 여파로 교통비와 식료품 값 등 국민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 살림은 이미 깊은 주름이 패인 상태이다. 게다가 장기적인 고유가 전망과 중국발 인플레이션 가능성, 국내 경기 개선에 따른 물가 압력으로 인플레이션 경제가 고착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올 겨울 서민살림 ‘혹한’=지난해 대비 3%나 오른 10월 물가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3대 품목은 휘발유와 배추ㆍ전셋값. 국제유가 폭등으로 휘발유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7.8% 올랐고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은 77% 이상 치솟았다. 부문별로도 서민생활에 직결된 교통비와 식음료품 가격이 각각 5.4%와 4.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겨울 장바구니 물가를 좌우하는 채소 가격이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동월비 4.4% 올랐지만 신선채소만 보면 오름폭이 무려 31.5%에 달한다. 채소와 과실ㆍ생선류 등 식탁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비 11.6% 상승해 지난 2004년 8월 이후 3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교통 요금도 급등했다. 리터당 1,800원을 웃돌 정도로 치솟은 휘발유 가격 때문에 승용차 출퇴근이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내버스료와 전철료 등 공공교통 서비스 요금도 각각 전년 대비 12.7%와 11.3% 올라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를 일만 남았다=하지만 서민들의 물가부담은 이제부터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임계치를 향해 치솟는 국제유가가 생활용품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수 개월의 시차가 있는 만큼 걱정되는 것은 다가오는 겨울과 내년 물가다. 당장 1일부터 도시가스 평균요금이 2.8% 인상 적용됐고 9월 최고 15%까지 오른 밀가루 가격이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시간 문제다. 겨울 시설작물 가격도 앞으로 본격적인 상승이 예고돼 있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유가상승으로 비닐하우스 운영 비용 등 원가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2%대 후반을 내다보던 경제예측기관들도 예상보다 가파른 유가상승률을 반영해 전망을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0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2.8%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물가압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의 상향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경제 고착 우려도=일부에서는 당장 10월의 물가불안을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박사는 “올 4ㆍ4분기는 지난해 말의 기저현상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이 예고됐었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 4ㆍ4분기 2.9%의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다. 하지만 조 박사는 “단순히 유가압력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경기요인이 맞물려 발생하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의 압력”이라며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 영향권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