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담 개최시기·장소등 형식절차는 합의/북한 의제주장 완강… 더 큰 수확얻기 속셈【뉴욕=김인영 특파원】 한반도의 영구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방법론에 남북한의 현격한 시각차는 여전했다. 지난 5일부터 사흘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4자회담 예비회담은 당초 예상대로 본회담에 상정할 의제 문제에 남북한이 전혀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한 채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중국은 본회담 개최절차에는 쉽게 합의했다. 4자는 본회담을 예비회담이 끝난 후 6주 내에 열고 장소는 스위스 제네바로 하기로 했다. 대표는 필요시 장관급이 맡되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고위관리(차관급)가 맡는데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 본회담은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로 나눠 운영하고 사회는 처음에 미국이 맡은 후 나머지 3자가 추첨으로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합의했지만 본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남북한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측은 미·북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등을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우리측과 미국측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4자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측은 한반도 평화협정은 당사자인 남북한 간에 체결되어야 하며,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 위협이 있는한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도 지난 6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 한국측 입장을 지지한바 있다.
비록 이번 1차 예비회담은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무한정 지연전술을 쓸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제문제에 관해 보인 북한의 완고한 태도가 수용불가능한 주장을 내세운 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일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상오 남북한과 미국 등 3자가 가진 비공식 접촉에서 북한측은 본회담 개최 이전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보장하고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엠바고) 완화를 요구했다고 우리측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이 4자 본회담을 더이상 질질 끌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측은 『4자 회담 개최를 위해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이 정치적 양보를 않는한 식량지원 약속과 경제제재 해제를 우선하지 않겠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측 대표단은 비록 완전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시기와 장소, 절차문제 등 적지않은 합의가 이뤄져 앞으로 뭔가 기대해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북한이 당면한 식량난을 타개하려면 국제사회의 원조를 무시할 수 없고 중국까지 참여한 국제협상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2차 예비회담에서 북한의 입장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53년 정전협정은 포성이 울리는 가운데서도 몇년이나 끌었다. 평화시에 이뤄지는 평화협정이 한번의 회담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전협정 의결 당사자인 4자가 44년만에 공식대좌를 한 점에서도 이번 회담은 큰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