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량 中企들 설자리 없다

대기업, 계열사에 발주 몰아주기 여전일부 대기업들이 발주물량을 계열사나 자회사에 대거 몰아주고 있어 건전한 경쟁원리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업계의 기술개발 촉진의욕을 감퇴시키는 등 원할한 시장기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21일 중소 제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주문물량을 대거 몰아주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다른 중소 협력업체들이 사실상 공급처를 잃는가 하면 업계 전체로도 연구개발 의욕이 사라져 부품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모듈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전에 납품했던 2, 3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제품공급을 받고 다른 업체들의 공급입찰은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A사 관계자는 "대형 부품업체들은 2, 3차 협력업체들이 경쟁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단가인하, 물량축소 등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부품 모듈화가 아무런 사전대비책 없이 진행될 경우 일부 부품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공급처를 찾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마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인트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페인트시장은 KCC(이전 금강고려화학)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액중 현대그룹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모 페인트업체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들어가는 물량은 거의 KCC가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고 "KCC가 전체 페인트시장의 30% 가량을 장악, 나머지 시장을 놓고 여타 업체들이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인트산업을 고부가가치 분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동 연구개발이 필수적이지만 여건조차 아예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판지상자 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2개 대기업들이 자체 사업부나 계열사 형태로 제품을 공급 받고 있으며 다른 중소업체들의 입찰은 아예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쇼핑은 포장사업부에서 제품을 생산해 롯데그룹에 공급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내부자거래의 변형된 형태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농심은 율촌화학, 애경은 경신산업, 삼양식품은 삼양판지공업 등 정해진 계열사와 자회사를 통해 거의 모든 골판지상자를 공급받고 있어 다른 중소업체들의 시장참여는 아예 제한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류재원 실장은 "계열사를 통할 경우 생산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 받는 등 계열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과 계열사간 우회지원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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